[꿈나무] 고맙다, 친구야 외롭고 힘들어도 네가 있어 괜찮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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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두 친구 이야기
안케 드브리스 지음, 박정화 옮김, 양철북, 288쪽, 8500원

있잖아, 샤를
뱅상 퀴블리에 글, 샤를 뒤테를트르 그림, 김주경 옮김, 파랑새어린이, 128쪽, 7500원

진짜 내 친구가 되어 줘
차보금 글, 김용선 그림, 파랑새어린이, 128쪽, 7500원

'필요할 때의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말처럼 친구는 있는 것 자체로도 힘이 된다. 좀처럼 희망이 보이지 않는 비참한 처지라도 곁에 기댈 만한 친구가 한 두 명 있다면… 딱히 위로나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말이다. 친구의 가치를 알려주는 세 권의 책이 출간됐다. '두 친구 …'는 10대 청소년이 읽기에 적당하고, 나머지 두 책은 초등학교 저학년용이다.

책 속의 주인공들은 모두 가족에게서 상처를 받았다. '있잖아…'에서 벤자민은 엄마.아빠가 곧 이혼할 것 같아 불안하다. 샤를은 엄격한 부모 앞에서 늘 주눅이 들어있고, 그래서 반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판타지 동화 '진짜…'의 열이는 식구들의 무관심을 속상해 한다. 맞벌이인 엄마.아빠는 젖먹이 동생과 형에게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두 친구…'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열두 살 소녀 유디트는 가정 폭력에 시달린다. 엄마의 비위를 건드리지 않으려고 아무리 애를 써서 집안일을 하고 남동생을 돌봐도 소용이 없다. 언제 엄마가 괴물로 변해 유디트를 때릴지 모를 일. 겁에 질린 채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런 유디트에 비하면 차갑고 비판적인 아버지 때문에 열등감을 갖게 된 미하헬은 오히려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저마다 상처 입은 이들이 친구에게서 힘을 얻는 과정은 꽤 현실적이다. 아무리 친구지만 부끄러운 부분은 숨기고 싶어하는 '상식'이 책 속에서도 통한다. 진정한 친구에겐 속 마음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아 홀가분하다. 아빠가 집에 들어오지 않아 벤자민은 '가슴 속에 들어있는 묵직한 게 자꾸자꾸 올라오는 것' 같지만, "너 무슨 걱정거리 있지?"란 샤를의 질문엔 시치미를 뗐다. 자기가 만든 찰흙공룡과 친구가 된 열이는 일기장에 이렇게 적어넣었다. "찰흙공룡은 말하지 않아도 내 맘을 잘 알아줄 거다.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거다."

물론 친구가 있다고 삶의 문제가 단숨에 해결되진 않았다. 이혼할 부모는 결국 이혼하고, 바쁜 부모는 계속 바쁘고, 때리는 엄마 역시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그래도 친구의 관심과 사랑은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는 힘을 주고, 미래로 힘차게 뻗어갈 수 있는 발판이 된다. 엄마의 폭력에 무기력하게 당하기만 했던 유디트는 책 말미에 집을 나온다. 그 용기의 원동력은 친구 미하엘을 통해 느끼게 된 '나도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는 사실. '마음 나누기'의 힘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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