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심 엇갈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사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어제 항소심에서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 모두에 대해 유죄를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고법의 이번 판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렸던 1심 선고와는 정반대의 결과다. 형량에 있어서도 원 전 원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자격정지 3년에서 징역 3년이라는 중형을 받았다.

 항소심은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2012년 8월 이후 국정원 심리전단이 인터넷 및 트위터 등에 댓글을 단 행위가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인정했다. 항소심 판결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파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항소심은 판결문에서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조직을 특정 정당 반대에 활용한 것은 공직선거법 규정을 어긴 것”이라고 밝혔다. “사이버 활동은 방어심리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위해서였다”는 원 전 원장의 주장에는 “국정원 본연의 활동 범위를 넘어선 위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는 “댓글 활동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평소 해오던 활동으로 이를 선거 기간 중 선거운동으로 전환한 정황을 찾을 수 없다”며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던 1심 판단과도 배치된다. 항소심은 그러나 원 전 원장이 사이버 심리전단을 통해 정치활동에 관여한 부분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를 인정했다.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최종 판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 벌써부터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은 사법부를 끌어들여 정치 쟁점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사건을 놓고 또다시 보수와 진보로 여론이 분열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국정원도 과거 스스로 권위를 훼손해 불신을 자초한 점을 인정하고 과감한 개혁 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다. “국가 정보기관은 선거와 무관할수록 국민들이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재판부의 지적처럼 정치적 중립을 실효적으로 이룰 수 있는 입법 작업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