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단원 신분 싸고 다시 불협화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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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교향악단 단원들의 소속을 KBS에서 재단법인 KBS교향악단으로 옮겨라.”(KBS 사측)

 “소속을 옮기면 고용·재정이 불안해질 것이다.”(KBS 노동조합)

 KBS교향악단 단원 67명의 신분 문제가 불거졌다. 현재 이 오케스트라 단원 100명 중 67명은 KBS 소속이다. 나머지 30여 명은 재단법인 KBS교향악단에 속해 있다. 교향악단은 2012년 9월 재단법인으로 출범했다.

 67명은 당시 재단법인화 과정에서 “2년 후 신분 문제를 다시 논의하자”는 조건 하에 KBS 소속으로 남았다. 재단법인으로 전적(轉籍)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난해 9월 협상이 결렬돼 기한이 6개월 연장됐다. 마지막 시한이 이달 11일이다. 사측은 “이때까지 단원들이 법인으로 전적하지 않으면 일반직으로 전환해 (오케스트라 연주가 아닌) 다른 업무에 투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KBS 노조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사실상의 KBS교향악단 파괴 작전”이라고 비판했다. 단원들이 법인으로 가지 않으려는 이유는 크게 둘이다. 법인 안에서는 고용안정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게 첫째다. 또 다른 이유는 KBS가 오케스트라에 대한 지원금을 줄일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이창형 KBS교향악단 콘트라베이스 수석은 이날 “재단법인의 운영규정에 따르면 매년 오디션을 실시해 단원을 3%씩 내보내게 돼 있다”며 “좋은 오케스트라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경비절감·인적청산만을 위한 것이고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이현진 노조위원장은 “법인에 대한 KBS의 지원금은 지난해 108억원이었다. 모든 단원이 법인으로 전적하면 KBS가 지원금을 줄일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KBS 사측은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재숙 시청자사업국장은 “단원들이 모두 법인으로 소속을 옮기더라도 무조건 해촉하는 것은 아니고, 상식적 수준의 내부 경쟁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2년치 오디션을 합산해 하위 3% 해당자에게 3개월 연습기간을 주고 다시 실기 평가를 거친 후 인사위원회까지 열어야 해촉할 수 있는 규정”이라는 것이다. 또 “오케스트라의 법인화 이전 지원금은 90억원이었는데 오히려 18억이 늘어난 것” 이라고 주장했다.

 KBS교향악단은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정기연주회를 앞두고 있다. 노사 양측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이상 정기연주회뿐 아니라 다음달 교향악축제 등 앞으로의 공연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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