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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축협 및 산림조합장 전국 동시 선거 점입가경

중앙일보

입력

8일 앞으로 다가온 전국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장 동시 선거가 점입가경이다. 불법·비리가 판치고 있다. 속옷에 돈을 감추고 유권자 집을 돌아다니며 돈을 뿌리는가 하면,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식의 "당신이 한 일을 알고 있다"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 금품을 요구하는 '문자 피싱'까지 등장했다.

경북 농협 조합장 후보 K(54)씨는 조합원 집을 방문해 돈을 돌리려다 선관위에 현장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제보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선관위 직원에게 아니라고 잡아떼는 와중에 속옷 속에 감춰뒀던 돈이 바짓 가랑이 사이로 떨어져 덜미를 잡혔다. 4장씩 접힌 5만원권 세 뭉치와 두장이 접힌 한 뭉치 등 모두 70만원이었다. K씨는 "소 사료를 살 돈"이라고 금품을 돌리려 했다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인천시의 수협 조합장 선거에 나선 P(56)씨는 돈을 뿌린 게 조금씩 소문나자 찾아가 "돌려달라"고 했다가 결국 경찰에 구속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1일 동시 조합장 선거와 관련, 지난 1일까지 모두 491건 불법 선거가 적발됐다.

불법 선거관련 협박 문자 메시지도 나돌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당신이 한 일(돈을 뿌리거나 받은 일)을 알고 있다. 조용히 넘어가고자 하니 100만원을 보내라"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불특정 다수에게 뿌려졌다. 후보자뿐 아니라 금품이나 향응을 제공받은 유권자들까지 노린 메시지다. 금품·향응을 받은 경우 최대 50배까지 물어내게 되기 때문이다. 실제 전남의 한 수협 조합원들은 후보 지인에게 1인 평균 3만원어치 장어구이를 얻어먹었다가 30배인 90만원씩을 물게 됐다.

출마자들은 상대후보 비리 파헤치기에도 나서고 있다. 울산의 농협 선거에 나온 S(57)씨는 아들을 시켜 상대후보 뒤를 좇다가 승용차 안에서 돈을 건네는 모습을 촬영해 경찰에 신고했다.

불법 선거를 막기 위해 중앙선관위와 농협중앙회는 최대 1억원 신고포상금까지 내걸었다. 그럼에도 금품이 난무하는 이유는 조합장의 권한이 막강해서다. 1억원 안팎의 연봉에 지역 조합 인사권을 갖고 있고, 연간 10억원을 넘나드는 '교육지원 사업비'역시 상당부분을 조합장 뜻대로 쓸 수 있다.

오는 11일 치르는 사상 첫 전국 농·수·축협 및 산림조합장 동시선거에서는 모두 1326명 조합장을 뽑는다. 지난달 25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3523명이 선거에 나와 평균 2.7대 1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김윤호·위성욱 기자, [전국종합]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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