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싫어하는 속사정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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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미국을 정말 무서워한다. 미국의 첨단 무기는 이라크 전쟁에서 보여주었듯이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상상을 초월했다. 이를 TV에서 지켜 본 북한의 공포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미국과 동맹을 맺은 것은 천만다행이다.

북한이 최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임시중지하면 핵실험도 임시중단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미국은 북한 보도가 나온 지 몇 시간 만에 “일상적인 한-미 훈련을 핵실험 가능성과 부적절하게 연결하는 북한의 성명은 암묵적 위협”이라고 거부했다.

북한은 뻔히 받아들여지지 않을 이 제안을 왜 했을까?

북한의 속사정은 이렇다.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 동안에 두 달 가까이 전쟁준비를 하느라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 한·미가 아무리 북한의 남침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해도, 북한은 북침 훈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만약 북·중이 연례적으로 북중합동군사훈련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무리 훈련이라고 강조해도 우리가 그것을 고지곳대로 믿지 않을 이유와 같다.

북한은 두 달 가까이 전쟁준비 하다 보니 경제에 쓸 돈이 국방으로 흘러간다. 북한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노동당 재정경리부는 가뜩이나 돈이 없어 쩔쩔매고 있는데 전쟁준비로 소모되니 죽을 맛이다. 그렇다고 전쟁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경하게 나서는 군부를 설득할 명분과 힘이 없다.

김정일 국방위원장(1942~2011)이 살아 있을 때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당장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군부의 주장을 무시하거나 그렇지 않다고 설명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한미합동군사훈련이 북침으로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켰기 때문이다. 북한 군인들은 정보 부족과 경험 부족으로 시키는 대로 행동한다. 그들은 북침으로 받아들이고 전쟁준비를 해야 한다. 그래서 김정일은 알면서도 군부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당 재정경리부는 어쩔 수 없이 그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북한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하기 전에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 중단을 요구한다. 지난해 신선호 유엔 주재 북한대사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시작되기 전에 “한국과 미국이 훈련을 실시할 경우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파괴한 책임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국제사회도 키리졸브와 독수리 군사연습(한미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바라보는 방법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돈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북한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싫어하는 속사정도 마찬가지다. 겉으로 안보위협을 내세우지만, 속으론 국방에 아까운 예산이 소모되고 경제활동이 중단되는 것이 더 싫은 것이다.

고수석 통일문화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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