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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3분기 '짭짤행진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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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3분기 상장기업들의 성적이 크게 좋아졌다. 매출은 154조8218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62% 늘어난 데 그쳤지만 순익은 12조3923억원으로 8%가 늘었다. 2분기에 1000원어치를 팔아 77원을 남겼다면 3분기엔 82원을 남겨, 상장사들은 3분기에 더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를 한 셈이다.

16일 증권선물거래소와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거래소 시장 12월 결산법인(533개사)의 실적은 제조업.금융업 가릴 것 없이 2분기를 고비로 뚜렷히 좋아졌다. 반도체 값 하락으로 고전했던 삼성전자를 뺄 경우 3분기까지 순익은 사상 최고호황을 누렸던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굿모닝신한증권 기업분석팀 조윤남 수석연구원은 "2분기를 고비로 기업 실적이 유(U)턴형의 강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며 "3분기보다 4분기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2분기 바닥쳤나=3분기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금융업이다. 분기별로는 사상 최고의 순익을 낸 은행들의 실적에 힘입어 금융업종은 2분기보다 매출은 7.2%, 순익은 11.43%가 늘었다. 그러나 은행들의 실적은 과거 부실을 털고 충당금을 덜 쌓은 바람에 거둔 1회성 수익이 많았다.

올들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은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조금 못미쳤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크게 부진했던 삼성전자를 빼면 전체 순익이 31조500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30조8288억원)보다 2.1%가 늘어난 셈이다.

올 3분기까지 거래소 상장사의 누적 매출은 45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2.91% 늘어났지만 누적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15.23%,누적순익은 마이너스 8.08%로 되레 뒷걸음질쳤다. 증권선물거래소측은 "올 상반기 원-달러 환율 급락, 국제유가 급등 등 경제 여건이 매우 좋지 못했던 감안하면 기업들이 3분기에 비교적 선전했다"고 평가했다.

코스닥의 12월 결산법인 706개사의 3분기의 영업이익과 순익도 전분기와 비교해 각각 10.71%, 11.23%늘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경제연구그룹장)는 "하반기 들어 환율이 안정되면서 정보기술업종(IT)과 수출업체들의 경쟁력이 되살아나고 경기 회복 조짐으로 내수 업종도 활기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좋아진 실적이 투자나 고용 창출 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 골고루 선전=수출 호조-내수 침체 등 업종간의 '양극화 현상'도 크게 줄었다. 건설.금융 등 주력 내수업종의 실적이 크게 좋아지면서 전체 18개업종 모두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금융업의 경우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교해 3%가량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173.18%, 누적 순익 역시 226.72%가 늘었다. 의료정밀(42.84%), 건설업종(37.0%), 철강금속업종(27.09%)등도 순익이 크게 늘었다. 반면 전기전자업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누적순익이 53.44%나 뒷걸음쳤으며 비금속광물(-93.99%), 종이목재(-59.50%), 기계(-42.97%)등의 순익도 반토막 났다.

증권선물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 기업의 83%가 흑자를 기록하고 부채비율도 86%대로 떨어지는 등 기업들의 수익 중시 경영 기조가 굳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인철 수석연구원은 "순익 증가세가 일부 우량기업에 집중된데다 구조조정 등 군살을 뺀 효과에 기댄 것"이라며 "이익을 낸 기업이 대부분 고용효과가 크지 않은 금융이나 수출기업에 집중돼 있어 체감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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