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에 수제맥주 시장 활기 대기업도 속속 진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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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호 18면

소주 전쟁의 중심이 알코올 도수 낮추기와 수도권 공략이라면 맥주는 다양화 경쟁이다. 한국 맥주는 맛이 없어 소주에 타먹는 용도라는 말도 한동안 나왔지만 이제는 그런 지적이 무색할 정도다. 특히 올해는 주세법 개정으로 매장 규제 등이 없어지면서 소규모 맥주업체가 만든 맥주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수제·고급화를 앞세운 소규모 맥주 시장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지금까지 맥주를 팔기 위해 직매장을 설치하려면 대지 200㎡이상, 창고 100㎡이상의 부지를 갖춰야 했는데 이 기준이 2월부터 폐지됐다. 맥주의 인기도 소주를 맹추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케팅 인사이트에 따르면 2010년 ‘술 하면 떠오르는 주종’에서 소주는 4명 중 3명꼴(73.7%), 맥주는 5명 중 한 명 꼴(19.4%)이었으나 지난해엔 각각 60.4%, 33.9%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맥주 시장은

최근 눈길을 끄는 것은 대기업의 경쟁적인 맥주 시장 진출이다. 식품기업 진주햄은 지난달 수제맥주업체 카브루(KA-BREW)를 인수했다. 2000년 창업한 카브루는 국내 1세대 수제맥주업체로 레스토랑이나 펍, 골프장, 호텔 등에 맥주를 공급하고 있다. 진주햄은 육가공사업과 주류산업의 시너지를 통해 맥주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은 계열사인 신세계 푸드를 통해 서울 반포에 지난해 말 수제맥주 전문점 ‘데블스 도어 펍’을 열었다. 신세계 푸드는 지난해 사업목적에 ‘맥아 및 맥주 제조업’을 추가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의 본격적인 맥주시장 진출 가능성도 언급된다. 이에 대해 신세계 관계자는 “고급 맥주를 선보이는 차원이지 본격적인 맥주시장 진출로 보지는 말아달라. 2호점 개설 여부조차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체 SPC도 지난해 새로운 외식사업으로 독일식 맥주와 요리를 내세운 매장 ‘그릭 슈바인’을 서울 역삼동에 선보였다.

기존 시장도 뜨겁다. 오비맥주와 하이트 진로로 양분된 국내 맥주 시장은 롯데주류가 클라우드로 진출하면서 삼각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롯데는 공격적이다. 올해 초엔 충북 충주에 5890억원을 들여 제2 맥주공장을 세우고 2017년 완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 풍부하고 진한 맛을 강조한 ‘더 프리미어 OB’를 내놨다. 하이트진로도 지난해 독일의 맥주컨설팅업체 한세 베버리지와 손잡고 기존 하이트맥주를 새롭게 한 ‘뉴 하이트’를 선보였다. 이 회사 이명목 상무는 “올해는 맥스 브랜드의 스페셜판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수입량도 늘고 있다. 현재 수입되는 맥주는 40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주류 수입량이 전년보다 15.4% 늘어난 1억7000만ℓ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맥주 수입량은 전년보다 24.5% 늘어난 1억1800만ℓ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330㎖ 맥주 한 병을 기준으로 3억5700만 병이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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