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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기 국정원장에서 비서실장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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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신임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기용했다. 사진은 지난 24일 이 실장이 국정원장 자격으로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모습. [김경빈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장고(長考) 끝에 인사 퍼즐을 완성했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 후임에 이병기(68) 국가정보원장을 택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에는 김성우 대통령 사회문화특보를 기용했다. 지난달 23일 이완구 총리 지명과 함께 현정택 정책조정·우병우 민정·조신 미래전략수석을 임명한 후 35일 만이다. 청와대는 ‘이병기 실장 체제’로 집권 3년 차 시동을 걸게 됐다. 지난해 11월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시작된 인적 개편은 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은 이번에도 바뀌지 않았다. 인선의 기준은 “대통령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청와대 관계자)였고, 그 결과 청와대와 정부의 수장은 ‘박근혜 사람’이라는 친정 체제로 짜였다. 이 실장은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 대표에 당선했을 때부터 도와 온 원조 친박 인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당·청 소통에도 고민한 흔적이 있다”고 평했다. 이 실장은 당 출신으로, 새누리당 투톱인 김 대표·유승민 원내대표와 2002년 이회창 대선캠프, 2007년 박근혜 경선캠프에서 함께 호흡도 맞춘 사이다.

또 오랜 정치 경험으로 정무 감각이 뛰어난 ‘정무형 실장’이라는 기대도 받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직 국정원장을 등용하기까지 박 대통령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며 “야당은 물론 여당의 목소리까지 반영해 소통을 강조한 인사”라고 말했다. 민경욱 대변인도 인사 발표 브리핑에서 “국민과 청와대 사이 소통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병호 국정원장 후보자

 이 실장을 기용함에 따라 내각과 청와대 간 관계는 지난 2년처럼 청와대 우위의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이 실장이 이완구 총리보다 세 살 많은 데다 박 대통령의 최측근 출신이어서다. 반면 국정을 틀어쥐는 ‘왕실장’이었던 김 전 실장과 달리 이 실장의 경우 협업을 강조하는 스타일이어서 이완구 총리의 내각, 새누리당 등과 당·정·청 소통이 더 원활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초대 주일대사, 국정원장을 지내 남북 관계와 한·일 관계 등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 실장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의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경제 살리기가 발등의 불이다. 4월까지로 시간표를 짜 놓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 지어야 하고, 4대 분야(노동·공공·금융·교육) 구조개혁도 뒷받침해야 한다. 이병기 비서실장 체제의 순항 여부도 여기에 달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공석인 국정원장에 이병호(75) 전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 2차장을 발탁했다. 정무특보단 인선도 공개됐다. 박 대통령은 정무특보에 주호영(3선)·윤상현·김재원(재선) 새누리당 의원을 임명했다. 또 홍보특보에는 옛 민주당 출신인 김경재 전 의원을 추가 임명했다. 주 의원은 이명박 정부에서 특임장관을 지낸 친이계, 윤·김 의원은 원조 친박계다. 현역 의원들로 정무특보단을 꾸린 건 당과의 소통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생각 때문이라고 청와대 참모들은 설명했다.

글=신용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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