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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일의인사이드피치] 222. 'FA 경제학' … 안타냐 홈런이냐 선택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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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돈 많은 구단이 아니다. 팀연봉 5542만5762달러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가운데 21위다. 그런데 야구는 잘한다. 강팀이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올해도 페넌트레이스 막판까지 LA 에인절스와 지구 1위를 다퉜다.

애슬레틱스는 신인급 유망주가 고액 연봉자로 덩치가 커지면 트레이드하고, 자유계약선수(FA)가 되면 붙들지 않는다.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인 제이슨 지암비(뉴욕 양키스)와 미겔 테하다(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그냥 떠나게 놔뒀고, 올해도 팀 허드슨(애틀랜타 브레이브스).마크 멀더(세인트루이스 카드널스) 등 주축 투수를 내보냈다. 대신 유망주를 잘 키워내고, 드래프트에서 대학을 거친 실전용 선수 위주로 선발해 바로바로 써먹는다.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논리를 철저히 실천하는 팀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스타플레이어가 없다. 경험 많은 베테랑 스타가 없어 포스트시즌에 약하고, 인기가 치솟을 즈음 팀을 떠나 관중석에는 늘 빈자리가 있다.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아는 뉴욕 양키스. 메이저리그 최고의 부자 구단이다. 올해 팀연봉이 2억8306만 달러에 이른다. 애슬레틱스의 네 배 가까운 돈이다. 팀연봉 2위 보스턴 레드삭스(1억2350만 달러)와도 격차가 크다. 아무리 몸값이 높은 FA라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잡고, 베테랑 선수를 향해 의욕적으로 달려든다. 그래서 양키스는 늘 우승후보에 꼽힌다. 관중석에 빈자리가 없고, 중계권도 당연히 가장 비싸다. 애슬레틱스와 양키스의 대조적인 'FA 경제학'은 국내 구단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은 삼성과 두산. 삼성은 지난해 심정수(60억원).박진만(39억원) 등 두 FA를 잡기 위해 99억원을 투자했다. 그래서 우승을 일궜고, 인기몰이를 했다. 스타플레이어가 많아져 화제의 팀이 됐다. 삼성의 연봉은 49억7600만원. 국내 구단 1위다.

두산(팀연봉 27억3700만원.8개 구단 중 7위)은 애슬레틱스 스타일이다. FA가 된 선수들에게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식이다. 3년 전 FA 1년을 앞둔 진필중을 내보냈고, 2년 전엔 정수근이 FA로 떠났다. 그래서 내년 FA가 되는 간판타자 김동주가 두산에 남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두산은 준척급 FA였던 안경현.장원진을 잡았고, 신인에게 투자하는 길을 택했다. 두산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올해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성공한 팀이다.

애슬레틱스와 두산, 양키스와 삼성의 스타일에는 각각 장점이 있다. 대신 둘 중 한 가지 길을 분명하게 택해서 가야 성공한다. 그 방향을 확실히 정하지 않고 가면 죽도, 밥도 안 된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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