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한당론」이 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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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2대의원 총선거를 겨냥한 각 정당의 소리들이 국회의원선거법 개정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법에 따르면 내년 10월15일 이후면 언제라도 정상적인 선거를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법개정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하나 막상 선거법이 여야간의 협상테이블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논란과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7일 상오 동시에 열린 민정·민한·국민3당의 중집상위와 당무회의가 각각 세운 대책은 선거법개정협상으로 가는 길이 멀고 험할 것임을 예고해 주고있다.
민한당이 개정안을 바로 내지 않고 먼저 선거제도개선특위구성문제를 검토키로 한데 비해 국민당은 국회의원선거법을 이번 회기중에 제출한다는 보다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고 민정당은 우선 각당간에 이 문제의 처리를 위한 협의를 갖자는 소극적인 자세에 머물고 있다.
각당간의 이견조정을 위해서도 선거법개정의 본격논의 전에 심의절차가 먼저 논의돼야할 판이다.
특히 민한당의 미묘한 당내문제가 선거법의 실질협상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다.
민한당은 지난9월 의원총회결의에 따라 이번 국회 회기중에 대통령직선제를 포함한 각종선거제도에 관한 당논을 천명키로 한바 있다. 당내 민주제도개선특위가 당무회의에 보고한 시안은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대통령직선제를 전면에 내걸고 의원선거제도에 있어서는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폐지를 골격으로 하여 권력구조의 본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돼었다. 당지도부로서는「몽상적」인 이 시안을 못 마땅하게 여기고 내심 국회의원선거법을 빨리 처리하고 싶어도 야당성문제를 내세우면서 대통령선거제개선을 강력히 제기하는 당내소장파나 비판세력을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대통령선거등 기본질서에 관한 문제는 결국 분리처리하게 되겠지만 적어도 당내의 분측한 기류를 순화시키기 위해서도 일단「각종선거제도」를 검토한다는 한 과정은 거치지 않을 수 없게된 것이다.
그러나「소리 안나게, 천천히」국회의원선거법만 다루겠다는 기본방향을 세우고 있는 민정당은 야당측이 기본질서의 변혁을 내세우는 바람에 당초의 적극호응태도가 상당히 경화된 감이다. 그래서 현행 선거법을 대폭 손질하는 것도 아닌데 떠들썩하게 「특위」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없을 뿐아니라 『대통령선거제도를 포함한 각종선거제도의 검토』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명백히 하고 있다.
민정당측은 「각종선거제도의 검토」를 위한 특위구성을 허용할 경우 야당측의 정치공세에 말러들 소지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국민당은 먼저 안건이 있어야 심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데는 민정당측과 의견을 같이 한다. 국민당은 서둘러 이번 회기 중에 국회의원 선거법개정안을 내고 내무위에 이를 다를 소위를 구성해서 협상개시의 실마리를 만들어 두자는 것.
그러나 민정당측은 당장 선거가 눈앞에 닥쳐왔다고 말할 수도 없는데 서둘러 개정안의 제안설명, 검토보고를 듣고 소위까지 구성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민정당측은 민한당이 선거제도구성결의안을 내든, 국민당이 국회의원선거법개정안을 내든 이번 정기국회에선 모두 상임위에 그냥 계류시켜둘 속셈이다.
민정당은 국회법 타결 후 이제는 지방자치제·언론기본법등 들어 줄만한 정치의안은 없고 어차피 선거구조정등 선거법에 손대야 한다면 상당기간 끌고 당겨 11대 국회 마지막 정치의안으로 삼겠다는 작전인 것 같다.
따라서 조기선거등 다른 변수가 작용하지 않는 한 내년 초에 있을 임시국회에서 민한당마저 선거법개정안을 내놓은 후부터 본격적인 선거법협상의 막이 오르게되고 내년 중반에나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민한당의 선거제도개선특위가 대충 다듬어 낸 국회의원선거제도개선시안은△1구1인의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폐지△투·개표참관인증원△합동연설회수 증가와 개인연설허용이다.
국민당은 제3당으로서 존립을 위해 선거구문제에 특히 관심을 보여 ①시·도단위의 대선거구제②현 선거구 2, 3개를 통합한 중선거구재 ③현행선거구를 그대로 둔 채 인구과다지구만 3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를 검토하는등 대선거구 또는 중선거구를 내세우고있다.
그밖에△전국구의석 배분비율의 조정△투·개표참관인증가△합동연설회회수증가는 민한당의견과 비슷하다. 그러나 민정당측은 현행 1구2인제선거구제는 그대로 두고 일부선거구증설문제만 협상대상으로 보고있다.
대구·인천의 직할시 승격과 대전등 행정구역변경으로 인한 선거구 조정만한다는 아주 실무적인 자세다. 민한당으로서도 1,2당에 유리한 1구2인선출제를 결연히 반대할 현실적인 이유는 전혀 없다.
결국 실제 협상테이블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선거구제도등의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선거구증설△전국구의석배분△투·개표참관인△합동연설회회수등 현실적 문제로 좁혀질 수 밖에 없다.
선거구증설은 여야내의 정치적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협상에서 가장 큰과제로 등장할 것이다.
지난 81년 선거에서 선거구당 평균인구는 41만명이었으나 당시 통계로도△동대문구 86만명<현재93만>△서대문·은평 83만△마포·용산79만△도봉 76만<현재82만>△성동 69만<현 75만>이었고 부산의△동래 67만<현73만>△남구·해운대 66만<현 71만>으로 일부 농촌지역의 20만명 선과 비교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민정당측으로서는 대도시의 선거구증설이 여당 측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느냐를 따져보게 될 것이다.
또 현재 제1당이 무조건 전국구 92개 의석의 3분의 2인 61석을 차지하게 돼있는 전국구의석배분방식에 대해 야당 측은 전국구 의석수를 줄이고 배분방법도 득표비율에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민정당측은 92개 지역구에서 1명씩 모두 당선시키고 전국구 61석을 가져가도 전체의석의 56%라는 안정선을 겨우 유지할 수 있다는 논리에서 현행 전국구배분방식은 양보할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역의원들은 지난 선거의 경험에 미뤄 현재 각8명씩으로 정해져있는 투·개표참관인, 면당 1명인 선거운동원의 증원과 구2회, 군3회로 돼있는 합동연설회회수증가를 현실적인 문제로 제기하고 있다. 선거과열방지를 위한 이 같은 엄격한 제한 규정은 지난 선거에서 상당한 잡음을 남겼던 게 사실이고, 따라서 야당측은 비현실적인 이 같은 제한의 완화는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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