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화제 뿐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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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주재근무 발령이 나서 뉴욕으로 건너가 4년을 살다가 돌아온 친구의 전화를 받았다.
『너희 아파트 그거 얼마주면 살수있니 7』
『아, 모르겠는데? 알아봐 줄께 』『넌 또 너무했다 어떻게 제가 사는집 값도 몰라?』 심상찮게 전화를 끝낸 우리는 며칠후 만났다.
친구는 그날 기염을 토하면서 이땅의 풍토를 애석해했다.
언제,누구네 집을 가나 똑같은 화제 그것은 주로 몇평짜리 아파트를 언제 샀는데 지금은 얼마가 되었다는 둥, 그래서 일년 새에 얼마를 벌었다는 둥,무슨 통장에 얼마를 넣어야만 무슨 추첨이 어떻고, 어디에 짓고 있는 무얼 사면 앞으로 괜찮을거라는등 부동산의 정보 내지 관심이 이땅의 주부들-아니 백성들-의 온통관심사이고 보니 그 방면에만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미국 같은 곳은 불로소득이라는 모호한 수입은 있을 수 없다, 한시간동안 얼마나 땀흘려 일했느냐 시간수당, 1주일을 얼마나 철저히 일했느냐 주급 이처럼 정확하고 깨끗한 시간과 노동의 계산이 있을 뿐이라고 친구는 전했다.
지금도 조용히 켜놓은 FM에서 음악이 한곡 끝나나 싶더니 부동산정보 운운하는 간이프로그램이 진행중이다 저것은 사실 없는자(?)의 지혜와 투자성공을 위한 건설적인 정보전달이 목적임을 알지만 이땅의 풍토가 워낙 그렇다보니 저런 정보 마저도 진절머리가 난다.
『정말 왜들 저 야단이지?』하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얼마전 「테레사」수녀의 한국 방문 소감이 부끄럽게 떠오른다.
『한국에 교회가 이토록 많은데 놀랐읍니다 그런데 왜 가난한 사람들은 이 지경으로 방치되어 있나요 』그녀의 그말 도무지 눈에 뵈는 것이 없는 우리의 단순 소유욕, 우리들의 이기성이 한눈에 드러난 부끄러운 말이었다.
돈의 여유만큼 조금은 수준있는 마음의 여유를 공유할 수는 없는 것일까?<서울매포구역산동 유원아파트 2 동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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