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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의사인지, 발명가인지 헷갈린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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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종욱 교수가 '수액 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건양대병원 이종욱(42.진단검사의학과)교수는 환자 편의를 위해 발명품을 만든다. 의사인지 발명가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 교수는 최근 환자가 수액을 투입받고 있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수액 가방'을 개발, 특허청에 실용신안등록을 신청했다.

이 가방 안에 있는 수액 팩은 고무튜브로 만든 압력기가 둘러싸고 있다. 가방을 사용하면 압력기가 일정한 압력을 가해 수액이 공급된다. 환자는 6~7시간 정도 수액 주사바늘을 꽂은 채로 지지대 없이 이동할 수 있다.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최근 10여 명의 환자에게 이 가방을 써보도록 한 결과, 좋은 반응을 얻게 되자 내년부터 병원 환자들에게 본격 보급할 계획이다. 이 교수는 6월 자신이 교통사고로 2주간 병원에 입원한 것이 계기가 돼 수액가방을 발명하게 됐다. 그는 "입원환자의 가장 큰 불편은 수액 주사를 꽂은 상태에서 이동하는 것이라는 것을 절감해 개발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그의 발명품은 이 밖에도 많다.

'채혈시 어린이의 울음을 멈추게 해주는 동영상' '어린이 채혈용 압박대' '여성용 소변 수거컵' 등 올해에만 실용신안 발명품을 다섯 개나 개발했다.

4월에 개발한 울음을 멈추는 동영상은 채혈시 울지 않는 애들의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동영상을 상영하면 '로보트 태권 브이'나 '캔디' 등 만화영화 주제음악이 함께 나온다. 여성용 소변 수거컵은 컵에 손잡이를 부착해 효율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2000년에는 위암.위염의 원인이 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진단 시약을 개발해 특허를 취득했다. 이 시약은 시료를 채취해 조직배양까지 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게 장점이다.

이 교수는 "나의 발명품들이 무뚝뚝하고 불친절하다는 병원에 대한 선입견을 바꿔나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면서 "발명이 재미있고 보람도 있어 계속하게 된다"고 활짝 웃었다. 연세대 의대 출신인 그는 99년부터 이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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