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 바닥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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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장기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연 4.1%대로 떨어졌다.

떠도는 돈이 안전한 국채 투자로 몰리면서 국채 금리가 급락(채권값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침체와 SK글로벌 사태로 기업의 투자 위험이 커지면서 기업이 발행한 채권은 투자자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19일 채권시장에서 장기 금리의 기준이 되는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지난 주말보다 0.03%포인트 내린 연 4.19%로 마감했다. 올 초(연 5.07%)에 비하면 0.88%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장기 금리는 지난 13일 한국은행이 하루짜리 콜금리 목표치를 연 4.25%에서 4%로 0.25%포인트 내린 이후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박승 한은 총재가 지난 13일 "경제 성장률 4%대는 반드시 지켜야할 마지노선"이라고 말해 채권 시장에서 콜금리의 추가 인하 기대감이 커진 것도 금리 하락세를 부추겼다. 朴총재는 19일 "시장이 벌써부터 추가 인하를 생각하고 있다면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한은은 장기 금리 급락에 당혹해 하면서도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오히려 한은은 콜금리가 연 4% 수준에서 움직이도록 돈을 더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이날 한은은 환매조건부채권(RP)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이틀짜리 단기 자금 6조원을 풀었다.

재정경제부가 이날 발행한 10년 만기 국고채 입찰에는 발행예정 금액(6천억원)의 두배가 넘는 1조3천억원이 몰려들었다. 낙찰 금리는 연 4.59%로 지난 주말 채권시장에서 거래된 것에 비해 0.1%포인트나 낮았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준이 되는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도 계속 떨어져 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부담이 가벼워졌다. 이날 CD 금리는 전날보다 0.04%포인트 내린 연 4.35%를 기록, 올 초(연 4.9%)에 비해 0.55%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상당수 은행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대로 들어섰다.

그러나 신용이 낮은 기업들은 여전히 연 8%대 이상의 비싼 금리를 줘야만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형편이다.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BB- 등급의 회사채 금리(3년 만기)는 연 8.28%로 국고채 금리에 비해 4.09%포인트나 높았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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