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용기심어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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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레이건」미국대통령내외분이 한국에 오던 지난12일과 13일에 걸쳐 나는 뉴스를 보다가 세번이나 뭉클한 감격에 뜨거운 눈물이 가슴에 차 오는것을 느꼈다.
「레이건」대통령이 탄 차가 김포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양손에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환영인파들이 길을 메웠을뿐 아니라 깃발을 흔들며 소리치는 환호의 함성은 파도처럼 온거리를 뒤흔들었다.
아무런 꾸밈도 없이 진정으로 반기는 그 아우성은 기쁨을 넘어서 한을 품은 절규와도 같이들려왔다. 나는 그 꿈속처럼 흔들리는 원색의 깃발과 깃발들을 보며, 그것들을 열광적으로 흔들며 소리치는 조그만 손들을 바라다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레이건」대통령이 국회에 도착해 연설을 하기위해 단상에 올랐을 때 조금전까지환영인파 속에 웃음을 띠었던 그의 얼굴은 갑자기 굳어지고 슬픔과 분노에찬 경건한 표정이 되었다. 그리고는 KAL기사건의 희생자 2백69명과 아웅산희생자 17명에 대한 위령의 묵념을 올리자고 하며 침묵속에 눈을 감았다.
나는 그순간을 보며 만리이역에서 온 대통령의 뜨거운 인류애와 성실한 우정에 다시한번눈물이 솟았다. 그리고 13일 미군제2사단을 방문해 사병들과 함께 군복을 입고 최전방시찰과 장병위문을 했을때「레이건」대통령이 한 연설을 우리는 잘기억하고 있다.
그들에게 고국의 사랑을 전하고 또 당신들이 무엇 때문에 여기까지 와서 지켜야 하는가를 고국에 전달하겠노라고 하며, 머리 숙여 다 함께 신의가호를 비는 기도를 올렸을 때 나는 또한번 울었다. 정녕 그젊은이들은 왜 사랑하는 부모형제, 정든 사람들과 떠나 만리이역, 말도 통하지 않는 이나라에 와서 북풍한설 몰아치는 광야를 지켜야만 하는가?
자유란 이렇게도 소중한것인가? 평화를 얻기 위해서는 이토록 값비싼 댓가를 치러야만 하는가?
「레이건」대통령은 한국에 오기전 그의 출발성명에서, 또 도착후 국회연설을 통해 그의 방한목적을 뚜렷이 했다.
북괴도발을 함께 막겠다는 방위공약의 재확인이다. 특히 그의 연설중『한국인은 혼자가 아니다. 미국이 함께 있다』는 확고한 말로써 대한방위공약 준수에 성실성과 신념을 보여주었다.
「레이건」대통령의 방한은 정신병자와 같은 북한에 이미 상당한 견제가 되고 있을것으로안다. 그의 확고한 정치신념과 애정이 깃든 그의 연설 끝맺음에서『우리의 소원은 오랫동안의 소중한 맹방인 한국의 평화와 번영과 자유』라고 했다.
자유! 그 자유를 지키기위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렸던가?
그가 강조한 이나라의 평화와 자유와 번영을 이룩해 나가기 위해 이번「레이건」대통령의 방문은 보다 더 확고한 신념과 가능성을 세계만방에 과시했다고 하겠다.「레이건」대통령은 도착당시 연도에 나와 열광적인 환영을 해준 많은 한국인들을 보고『가슴 뿌듯한 감동을 느꼈으며, 그것만으로도 한국을 방문한 보람과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소박한 우리들의 마음이 통해진 마음의 통로가 아니겠는가?
낙천적이며 지혜롭고, 성실하며 강력한 힘의 실천자, 멋지고도 믿음직한 미남대통령「레이건」내외분을 만나고 난 한국인의 가슴가슴에는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솟는것 같다. 숱한 비극과 눈물과 통분뒤에 찾아와 우리와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 위에 당신들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와 용기와 소망을 준「레이건」대통령, 그는 끝으로 간곡히 우리국민들에게 다짐한 바가 있다.
즉 진정한 안보의 기반이 되는 국민적 화합이었다.「국민적합의」! 이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가! 이웃이 아무리 도우려해도 우리의 마음자세가 확고하고 자립의 의지가 강하게 뭉치지 않고서는 안될일이다. 조국의 이 멸망과 구원의 간두에 서서 누가 감히 흔들릴것인가! 커다란 슬픔이 지나간자리에「레이건」대통령내외분은 자유세계를 대표해 1983년이 가기전 큰선물을 안고 왔다. 위로와 희망과함께 평화와자유와 번영을 위한 힘의 공약이다.
두분께 감사드리며 이제야말로 눈물을 닦고 서로 손잡고 국민적 합의에 자유로운 한국의 번영을 위해 힘을 모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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