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범 특가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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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제정은 신중하게 재고되어야한다. 우리는 이같은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나오게 된 배경만큼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두말할 필요없이 그동안 빈발했던 대형금융사고의 충격과 그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경제범죄에 대한 중벌을 목적으로 새 법안을 구상하기에 이른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 새로운 입법안은 결코 지나치거나 가벼이 보아서는 안될 몇가지의 문제를 안고있다.
이법안의 주요처벌대상이 되는 금융기관의 사채알선, 또는 사상업자들과의 공금리이외의 웃돈거래등은 그자체가 범죄적 속성을 지닌 사회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볼때 경제의 흐름에서 중요부분을 차지하고있는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종류의 경제적 병폐는 어디까지나 경제의 영역에서 먼저 제도적, 정책적 시정이 모색되는것이 일의 순서가 될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고있듯이 사상의 해악은 국민경제로 보아 하루라도 빨리 근절되는것이 바람직하나 효율적인 정책적 제도적 대응책이 마련되지 못했다.
우선 금융산업의 발전이 아직도 불완전하여 제도적 금융기관이 제구실을 다하지 못하고 자율적 시장기반의 구축도 요원하다.
저축수준을 훨씬 웃도는 투자수요로 인해 언제나 공적금융은 배급금융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사상시장의 기능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공적금융기관들이 자발적인 노력으로 사금융을 흡수할만큼 시장유인을 자율적으로 만들어갈 여건도 안되어있다. 은행이나 단대를 매개로한 사채거래는 그 경제적 수요가 줄지않는한 앞으로도 근절되기 어려운상황이다. 그것을 제도가 아닌 물리적 힘으로 규제할 경우 금융의 접근능력이 거의없는 중소기업의 충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사채에 관한한 경제정책이 1차적 책임을 져야하며 그것없이 중부만으로 대응하려는 자세는 본말이 뒤바뀐것이 아닐수 없다.
또하나의 문제는 경제사범을 다스리는데 있어서 다른 범죄현상과는달리 중벌주의로만 해결되지않는 어려움이 있다. 문제가 되어온 대형금융사고들이 단순한 금융인과 기업의 범죄로만 보기어려운 여러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복합되어 있음을 볼때 그런 사회적 여건과 관행을 고치는 제도개선이나 보장이 없는한 문제의 본질적 해결이 되기 어렵다.
입법체제상의 문제도 간과하기 어렵다. 사고가 빈발한다는 이유만으로 가중처벌하는 특례법을 계속 만들어간다는것은 법체계상 바람직하지않다. 특례법은 되도록 줄여나가고 일반법의 포괄범위를 넓히는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따라서 특정 경제사범의 경우도 굳이 필요하다면 일반형법이나 기존특가법으로 수용하는것이 무리없는 대응이 될 것이다. 형사법의 정비가 당면과제인만큼 특별법의 계속 확대는 바람직하지 않다.
형벌에서도 지나치게 중벌일뿐만 아니라 형량의 하한선을 너무높게 규정함으로써 법원의 재량권을 침해할 소지조차 안고있다는 법조계의 우려도 경청할만한 부문이다.
경제구조가 나날이 복잡해지고 경제사범의 유형도 다양화되고있기때문에 이에 대응하는 법규범도 정밀하고 사회경제적 허물에 적응해나가는 전향적자세가 필요하다.
다른한편으로는 금융기관 자체의 경영기법을 보다 고도화하는 노력도 요구된다. 금융기관이야말로 체크시스팀이나 경영메커니즘이 그 어느분야보다 세련되고 정교해야한다. 다기화되고있는 사회경제구조를 외면한채 중벌주의로만 대응한다는 것은 법만능주의와 다를바 없으므로 신중한 재고가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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