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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엄지 쪼~옥 … 맨유 두 번 울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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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잉글랜드 프로축구 스완지시티 기성용이 21일 웨일스에서 열린 맨유와의 경기에서 전반 30분 동점골을 터트린 뒤 엄지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있다. ‘예비 아빠’ 기성용은 최근 임신한 아내 한혜진과 아이를 위해 ‘젖병 세리머니’를 펼쳤다. [스완지 AP=뉴시스]
2013년 백년가약을 맺은 기성용과 한혜진(오른쪽).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또 울린 기성용(26·스완지시티)의 뒤에는 ‘내조의 여왕’ 한혜진(34)이 있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스완지시티 미드필더 기성용은 22일 웨일스의 리버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유와의 2014-15시즌 26라운드에서 0-1로 뒤진 전반 30분 동점골을 터트렸다. 왼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왼발로 방향만 바꿔 골망을 흔든 기성용은 엄지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곧 아버지가 되는 선수들이 골을 넣으면 펼치는 ‘젖병 세리머니’다. 기성용의 아내인 배우 한혜진의 소속사 나무엑터스에 따르면 한혜진은 현재 임신 초기 단계고, 국내 친정에서 태교에 전념하고 있다.

 시즌 5호골을 터트린 기성용은 박지성(34·은퇴)이 맨유 소속이던 2006-07시즌, 2010-11시즌 기록한 한국선수 EPL 한 시즌 최다골과 타이를 이뤘다. 기성용은 후반 28분 2-1 승리를 만든 결승골에도 기여했다. 기성용의 패스를 받은 셸비(23)의 중거리슛이 고미스(30) 머리를 맞고 들어가 어시스트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예비아빠’ 기성용은 20대 초반까지만 해도 천방지축이었다. 2007년 올림픽 대표 시절 팬들이 경기력을 지적하자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답답하면 너희들이 가서 뛰든지’라고 썼다. 2011년 아시안컵 일본과 4강전에서 득점 후 상대를 비하하는 듯한 ‘원숭이 골 세리머니’를 해 국제적 논란이 됐다. 2013년 7월 4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최강희(56) 당시 대표팀 감독을 조롱한 게 알려져 비난을 받았다.

 ‘SNS 파문’이 터지기 3일 전 백년가약을 맺은 배우 한혜진이 큰 힘이 되어줬다. 8살 연상 한혜진은 “뭇매를 맞아야 할 때는 맞아야 한다”고 여장부처럼 말했다. 한혜진은 그 해 가을 방송활동을 접고 기성용이 뛰던 선덜랜드로 건너가 내조에 전념했다. 선덜랜드에서 기성용과 함께 뛴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은 “형수님이 형을 잘 보살펴준다”고 말했다. 그 해 10월 대표팀에 재발탁된 기성용은 브라질· 말리와 A매치 2연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뛰며 팬들의 비난을 환호로 바꿨다.

 기성용은 “해외에서 혼자 지낼 때 힘들었는데, 아내가 옆에 있어 힘이 된다. 인성 면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고마워했다. 기성용과 한혜진은 결혼식 축의금 중 6000만원을 기부한 사실이 지난해 뒤늦게 밝혀졌다.

 결혼 후 한결 성숙해진 기성용은 지난달 호주 아시안컵에서 새롭게 주장 완장을 차고 준우승을 이끌었다. 전 대표팀 주장 박지성처럼 식사 때마다 테이블을 바꿔가며 동료들의 말에 귀 기울였다. 그라운드에서는 종료 휘슬이 울린 뒤 쥐가 나 쓰러질 만큼 뛰었다. 기성용은 요즘 기자회견에서 박지성처럼 무게감 있게 말한다.

 기성용은 소속팀에서도 핵심으로 거듭났다. 최근 주포였던 보니(27)를 맨체스터시티로 이적시킨 스완지시티는 득점 빈곤에 시달렸다. 아시안컵 차출로 한 달간 팀을 비운 기성용은 지난 7일 선덜랜드전에서 복귀 골을 터트렸고, 측면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며 최근 10경기에서 4골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맨유와 개막전에서 골을 넣은 기성용은 맨유전 2경기 연속골을 터트렸다. 1912년 창단한 스완지시티가 단일 시즌 맨유와 홈·원정에서 모두 이기는 ‘더블’을 기록한 건 처음이다. 루이스 판할(64) 맨유 감독은 “우리에게는 끔찍했다. 기성용은 우리 선수들보다 빨랐다”고 말했다. 기성용은 “강팀 맨유를 상대로 또 골을 넣었다. 내게는 믿을 수 없는 시즌”이라고 기뻐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데일리 메일은 기성용을 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했다. 9위 스완지시티(10승7무9패·승점37)는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 마지노선인 5위 사우샘프턴을 승점 9점 차로 추격했다. 기성용의 부친 기영옥(58) 광주축구협회장은 이날 “며느리가 올 시즌 개막부터 쭉 곁에 머물며 내조를 잘 했다. 성용이도 혼자일 때보다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박린 기자
[영상 유튜브 Swans TV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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