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안해결」 선례될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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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국회에서 여야간에 최대쟁점이 되어온 국회법개정안의 단일시안이 만들어짐으로써 국회법타결에 관한 실마리가 마련됐다. 국회운영제도연구소위는 지난3일 총무회담의 정치절충실패로되넘어온 국회법개정안에 대한 최종적인 절충을 벌인끝에 8일밤늦게 일단 단일안을 만들어냈다. 자구상 약간의 이견은 남겨두고 있으나 핵심부분에서는 완전히 의견의일치를 보았다. 단일안 작성에 성공한것은 여야가 각각 한발짝씩 양보한 결과다. 민정당측은 상임위예산안심사권부활의 조건으로 내세웠던 상임위발언시간 20분제한의 명문화에서 일보후퇴해 제57조(위원의발언제한)의「위원은 위원회에서 동일의제에 대하여 횟수및 시간등에 제한없이 발언할수있다」는 주문은 그대로 두고 단서규정에 제57조의 본회의 발언시간제한을 준용하기로 동의했다. 민한·국민당측은 상임위의 무제한발언을 허용한 주문이 그대로 살아있고 또 현행단서규정에도「위원장이 필요할 경우 발언자수와 발언시간을 제한할수 있다」고 되어있어 본회의발언시간준용을 양해했다.
8일의 소위절충에서 가장 격론이 벌어진 부분은 예산안 심사기간 설정문제였다.
민정당측은 발언제한에서 양보한 대신 상임위의 예산심사기간을 전체예산심사 기간의 3분의1로 못박자고 제안했다. 예산안이 10월2일까지 국회에 체출되고 시정연설후 상임위에 회부되어 통과시한인 12월2일까지는 약 2개월. 따라서 상임위의 예산심사를 2O일정도로 잡자는것이었다.
그러나 민한·국민당측은 기한을 못박아버리면 국회의 갑작스런 일정변경등으로 상임위의 예산심사가 불가능할 경우가 생긴다고 반대했다. 결국 절충안으로 현행국회법 개조에 안건의 상임위 심사기간을 의장이 정할수 있도록 되어있는 조항을 원용하여 예산안심사기간도 의장이 정하도록 규정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민정당측은 의장이「정하여야한다」로, 야당측은「정할수있다」로 자구를놓고 논란을 벌였는데 민정당주장대로「정하여야한다」는 쪽으로 일단 양해가 됐다.
총체적으로 볼때 여야가 만든 단일안은▲국정조사권 발동요건은 현행대로 두고▲상임위의 예산심사권을 부활하는 대신▲상임위발언시간을「필요할 경우」제한토록 했으며▲예산안의 상임위심사기간을 정하도록 한것으로 요약된다.
개혁입법을 개정해야한다는 점에서 고민을 했던 민정당측은 상임위발언시간제한및 예산안심사기간을 간접적이나마 명시함으로써 예산안의 상임위심사가 단순히 과거로의 복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발전적 예산심의」라는 명분과 함께 상위의 예산안심의지연이라는 있을수 있는 정치공세에 대비한 안전판을 마련했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이 단일안으로 당내설득이 가능하다고 본다.
민한·국민당측은 성역이던 개혁입법을 개정했다는 명분과 상임위의 무제한 발언원칙을 그대로 살리면서 상임위예산심사라는 실질소득을 한꺼번에 얻어냈다고 주장하고있다. 단서규정으로 삽입된 발언시간제한과 상임위의 예산안심사기간설정은 현행규정에도 있는 것이므로 별로 아플게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 소위위원들은「소위로서 만들수있는 최선의 작품」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안이 민한당의 당무회의와 의원총회를 통과할수 있느냐는데 국회법타결의 관건이 달려있다.
민한당일각에서는 상임위무제한발언을 보장한 조항이 살아있는한 단일안이「발언시간제한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당무회의의 결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낙관하고 있다.
물론 단서규정에라도 발언시간을 30분으로 정한 점과 예산안심사기간설정의 강제성을 들어 반론을 필 소지가 없는것도 아니나 그논리는 그리 강하지 못할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같다.
다만 국회법을 정치의안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쪽에서는 국회법타결과 상관없이 정치의안관철을 위한 원내전략을 들어 당지도부를 공격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다른 문제점은 국회법이 타결돼 실제로 적용될 경우 상임위의 발언시간등의 제한을 싸고「필요한경우」를두고 해석상의 충돌이 있을수있다는 점이다.
아뭏든 이번 단일안마련에서는 여야는 그동안의 진통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호양정신을 발휘했다고하겠다.
민정당측에서도 이번에는 국회법개정안을 타결해보겠다는 진지한 노력을 벌여 정치절충과정에서의 여러난관에도 끝까지 국회법개정을 포기하지 않았다는점은 평가받을만 하다.
야당측으로서도 대결을위한 투쟁이 아니라 타결점의 발견을 위해 대화로써 협상에 임했다.
각당의 당론수렴과정에서도 이러한 자세가 유지되면 해결의 길은 쉽게 뚫릴것이고 앞으로 남아있는 정치의안의 해결에도 하나의 선례로서 기록될수도있을 것이다. <김영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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