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본토서 최초로 한인 직선시장 탄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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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실시된 미국 뉴지저지주 에디슨시 시장선거에서 당선된 최준희씨가 지지자들에게 당선인사를 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경쟁자들은 이상한 이름의 키 작은 후보로는 절대 이기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결국 우리는 해냈습니다."

8일 오후 9시(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에디슨시 링컨하이웨이 옆 파인 매너 (Pine manor) 연회장. 불과 277표 차이로 이긴 최준희(34.미국명 준 최) 에디슨 시장당선자는 주먹을 불끈 쥐며 승리에 감격스러워 했다. 홀 안을 가득 메운 500여 명의 선거운동원과 지지자들은 "준 최"를 외치며 환호했다. 최 당선자는 "무엇보다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겠으며 보다 공정하고 친근한 시청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국 본토에서 처음으로 한인 직선시장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임기는 내년 1월부터 4년간이다.

김창준 전 미 하원의원이 캘리포니아주 다이아몬드시 시장을 역임한 바 있으나 그는 직선이 아닌 순번제 시장이었다. 또 지난해에는 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하와이주 빅아일랜드 시장에 한인 2세인 해리 김(65)씨가 재선에 성공했으나 그 곳은 전통적으로 아시아계가 강세인 지역이었다.

최 당선자가 이긴 뉴저지주 에디슨시는 인구 10만 명의 뉴저지주 5대 도시 중 하나다. 백인이 60% 이상을 차지한다. 그래서 유색인종의 승리는 힘들 것으로 점쳐지던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국계는 물론 인도인.중국인 등 유색 인종의 결집된 힘을 바탕으로 당선됐다. 중국계 선거운동원 리핑 안은 "1만여 명의 중국계 주민 중 80% 이상이 그를 지지한 것 같다"며 "그의 다른 장점도 많지만 같은 아시아계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번 선거에서 유색인종이 일치단결하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6월에 치러진 민주당의 시장 예비선거 직전 이 지역의 한 라디오 방송의 백인 진행자가 "유색인종이 미국 정치에 손을 대면 되겠느냐"는 비하성 발언을 해 큰 물의를 빚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노한 유색인종들이 똘똘 뭉쳐 최 당선자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것이다. 그가 당선수락 연설에서 "아시아계, 특히 남아시아계 유권자들에게 감사한다"고 언급한 것도 그래서다.

그래도 최대 경쟁자인 무소속 빌 스테파니 후보는 시의회 의장까지 지낸 지역 유지여서 그는 힘든 싸움을 벌여야 했다. 결국 개표 끝까지 가는 시소 끝에 277표 차(1만2828 표 대 1만2551표)로 박빙의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세 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갔다. 그의 부모는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최 당선자와 누나(36)를 우등생으로 키웠다. 최 당선자는 에디슨시 명문인 JP 스티븐슨 고교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우주항공학을 공부했다. 누나는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 학위까지 땄다. 그는 "학생 때는 우주인이 되는 게 꿈이어서 우주항공학을 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자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정치를 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부모는 법대에 가 변호사가 되라고 했지만 그는 컬럼비아대 행정대학원에 들어가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그는 회계법인에서 일했으며 연방 정부 예산관리국 조사관, 뉴저지주 학업성취도 측정위원장 등을 지냈다. 미혼인 그는 당초 뉴저지주 하원의원에 도전하려 했으나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에디슨시장으로 목표를 바꿨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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