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내 몸값 높이기' 프로젝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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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성균관대가 미국 MIT대의 커리큘럼을 들여와 만든 'SKK GSB'의 수업 장면. 교수가 학생의 발표를 듣고 강평하고 있다. [사진=성균관대 제공]

올 8월 IBM BCS 컨설턴트로 취업한 정수진(31)씨는 얼마 전까지 은행원으로 근무했다. 정씨는 은행에 입사해 수출입 관련 업무 등을 담당했다. 2002년 다른 업무를 맡고 싶어 '카이스트 MBA'에 입학해 2년 동안 공부했다. 졸업 후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 마케팅 업무를 담당하다 회사를 옮겼다. 평소 희망했던 컨설턴트로서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직 비결은 MBA 과정을 이수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씨는 "학부에서 법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배울 수 없었던 회계와 마케팅을 MBA에서 체계적으로 공부했다"고 말했다.

요즘 정씨와 같은 MBA(경영학 석사) 출신을 주변에서 꽤 볼 수 있다. 예전처럼 MBA 학위만 받기만 하면 높은 연봉이 보장되진 않지만 MBA 과정은 아직까지 매력적이다. 특히 고용시장이 불안해 자기계발을 해 값어치를 높이려는 직장인들의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잡코리아 정유민 상무는 "거품이 걷혔지만 지식과 능력을 겸비한 MBA 출신자에 대한 기업의 선호도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 국내 MBA의 장점=MBA는 실무적인 과정이다. 일반 경영대학원의 교육과 달리 직무능력 향상과 경력 개발, 인적 네트워크 확대를 중시한다. MBA 하면 외국을 떠올리지만 이젠 국내에서도 MBA 과정을 개설한 대학이 많다. 국내 MBA의 가장 큰 장점은 비용이다.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에서 과정을 마치는 데 생활비 등을 포함해 보통 2억원 이상이 든다. 그러나 국내에선 5000만~1억원이면 된다.

국내 MBA는 주간.야간.주말.온라인 과정으로 나뉜다. 야간.주말.온라인 과정은 직장 생활을 하면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상당수 기업은 재교육 차원에서 주간 과정에 다닐 수 있는 국내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보통 국내 MBA는 적어도 직장경력 3년차 이상만을 신입생으로 받아들인다. 일반 기업에 다니는 30대 남성이 학생의 대부분이다. 최근 공기업.관공서.군 등 공공 부문 근무자들도 국내 MBA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기혼여성 직장인들의 지원도 부쩍 늘었다.

◆ 다양한 프로그램=경희대.국민대.아주대.서울과학종합대학원.세종대.중앙대.한양대 등의 MBA 프로그램들이 신입생 원서접수를 받고 있거나 곧 받을 예정이다. 각 대학들은 자신만의 특성을 내세워 학생 유치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경희대.국민대.아주대.이대.카이스트 등은 금융.모바일.병원경영.중국통상.환경 등 다채로운 세부 전공을 마련했다. 해외 MBA와 연계한 프로그램도 있다. 성균관대는 미국 MIT대의 커리큘럼을 들여와 'SKK GSB'란 MBA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강의는 100% 영어로 진행된다.

세종대의 'SS MBA'는 미국 시러큐스대와 손잡고 운영하는 MBA 코스로 역시 영어로 진행된다. 연세대의 '글로벌 MBA'는 6개월간 연세대에서 교육을 받은 뒤 미국 워싱턴대로 건너가 1년간 공부를 더 하는 프로그램이다.

◆ 이런 점을 고려해야=재취업 전문가들은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무턱대고 MBA에 들어가는 것은 시간과 돈 낭비라고 말했다. '왜 MBA에 가야하나''가서 뭘 공부해야 하나'는 질문을 스스로 물어본 뒤 입학할 것을 권했다. 또 MBA 프로그램마다 커리큘럼이 다르다. 자신의 목표가 마케팅이면 마케팅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재무 쪽이라면 재무에 강한 프로그램을 고르도록 하자. '명문'이라는 간판을 따지는 것도 금물이다. 실무 위주의 전문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교수진을 갖췄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SKK GSB의 로버트 클렘코스키 학장은 "MBA에 다니는 동안 뚜렷한 목표를 정하고 관련 분야의 경험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면서 "특히 인턴십이나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게 좋다"고 충고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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