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외교에 미칠영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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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결과론이긴 하지만 미얀마가 우리정부의 합동수사요청을 거절하고 독자적 수사에 의한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대북한제재조치를한 것은 북한의 국제지위에 돌이킬수 없는 일대 타격을 가한셈이 됐다.
버마는 비동맹 정상회의의 주요 지도국이었음에도 비동맹이 종래의 기본원칙을 벗어나 좌선회하고있다는 이유로 79년 비동맹 회의에서 탈퇴했을만큼 순수 비동맹의 엄정중립주의를 고수하는 나라다.
일종의 결벽이라고 까지할 버마가 국가권위를 걸고 독자적으로 조사해 밝혀낸 진상이고 응징조치라는데서 특히 비동맹및 제3세계에 대한 충격및 파급효과의 크기는 심대할게 확실하다.
버마는 북한이 국제테러집단의 온상이라는 우리의 주장이 사실이었음을 보증한셈이다.
따라서 우선 좌익의 국가전복활동이 준동하는 제3세계의 일부 국가도 이번 기회를 계기로 북한에대한 평가와 인식을 새로이하고 어떤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더라도 북한에 대해 경계심을 갖게될것은 틀림없어 우리의 대제3세계및 비동맹권외교의 여건은 상당히 호전될게 틀림없다.
북한은 특히 버마를 동남아및 서남아 진출의 중요 교두보로 활용했는데 그 거점의 상실로 인해 이들 지역국가에 대한 침투공작은 상당한 제약과 영향을 받게될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미얀마사건으로 인해 북괴에는 불리하고 우리에게는 유리한 외교적 영향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
더구나 중요한것은 중·소의 대북한옹호자세가 이사태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하는데 있다.
중공은 버마참사직후 테러행위를 개탄하는 성명을 낸후 침묵을 지키고 있다. 소련은 이사건의 사실보도 이후 북한측 입장을 두둔했다.
중공은 처음부터 곤혹스러운 입장임을 침묵으로 완곡하게 시사했는데 진상이 발표된 이후 북한에 취할 자세가 어떨것이며 앞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위해 어떻게나올지 관심거리다.
이에비해 북한입장을 두둔해왔던 소련이 진상이 밝혀진 이시점 이후에도 북한을 계속 두둔하겠는가의 여부가 최대관심사로 부각된다.
전문가들은 이 사태를 둘러싼 중·소의 앞으로의 태도여하에 따라서는 북한이 친소·친중공중 양자택일을 해야할 기로에 서게 만들지도 모르며 이는 궁극적으로 동북아정세의 변화에 큰변수로 작용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이번 사태는 또 우리의 우방에 대해서는 일본이 대북한관계에 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겠다고 「아베」외상의 성명을 통해 밝혔듯이 북한과의 관계를 심각하게 재고하는 호기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어떠한 측면에서봐도 북한은 이번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스스로의 국제적지위를 고립으로 이끄는 자승자박의 어리석은 놀음을 했다는 평가를 면치 못할것같다. <이수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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