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의 한인차별, 스스로를 부인하는것"|한-일 여성친선협서 김달수씨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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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본의 성씨가운데 고려씨를 비롯, 고려정, 구정, 정상, 신, 신전, 구등, 강상, 본소, 화전, 길천,대야, 가등, 복천, 소곡야, 아부, 김자, 중산, 무등, 지목씨듬이 고구려 유민의 후손이다 또 이들 성씨는 1천3백여년전 고구려에서 일본으로 건너온 1천7백99명의 유민가운데 종손의 계보에 불과한 것이므로 나머지 1천7백98명의 후손이 지금까지 만들어온 성씨는 헤아릴수 없이 많다는것을 짐작할수 있다
지난 10월28일 동경에서 열린 한일 여성친선협회 총회의 초청연사로 나온 재일작가이며 사학가인 김달수씨는 현대일본인의 뿌리를 이렇게 설명 해 나갔다
그는 또 일본의 문화유산 가운데 한반도의 영향을 받지 않곤 자주적으로 개화한 것은 거의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일본에는 길쭉한 모양의 애호박이 없다. 길쭉한 모양의 호박은 한국품종으로 한국풍토에서만 오래도록 그 모습을 보존해 나갈수 있다 이 한국품종의 호박을 일본에가져다 심어놓으면 몇번까지는 길쭉한 모양의 호박이 주렁주렁 열리나 세월이 흐를수록 모양이 변해서 일본의 호박과같이 동그란 모양으로 되어 버린다. 일본의 풍토는 이처럼 한국품종 호박의 모양올 바꾸어 놓는다
고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에서 일본에 건너와 살게 된 한국귀화인을 호박에 비유한 김씨의 설명은 한일관계에서 많은것을 생각케 해준다
얼마전 일본 고송시의 어느 고교에서 한국인을 전혀 접해보지도 못한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국인이미지에 대한 앙케트를낸 적이 있다
어둡다,음울하다,비굴하다, 더럽다, 촌스럽다, 가난하다, 불쌍하다, 무섭다, 느리다, 야만등의 표현이 범람하고 있었으며 한국인의 이미지에 대해 「말로표현하기 어렵지만 어쩐지 호감이 안간다」 「돈있는 사람이라 해도 나쁜 일을 해서 돈을 번것같다」「언제나 일본인에게 감정을 가지고 노려보고 있는 것 같은 공포심을 느낀다」등의 설명이 있었다
한국인을 만나보지도 못한 고교생들에게 한국인의 이미지가 이토록 나쁜것엔 여러가지 원인을 찾을수 있다.
귀화인에 대한 악감정을 가진 조부모나 부모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도 원인 가운대 하나가 될 수 있으며 해방이후 지금까지 유독 귀화한국인에게만 지문채취를 요구하는 그들 스스로의 의식자체도 큰문제로 풀이된다
교포2, 3세가 되면 이미 둥근모양의 일본호박이되어 있음에도 이를 차별하는 것은 일본인 스스로가 자신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김씨는 말한다
귀화인에 대한 오랜차별속에서도 동경에서 가까운 기옥현의 고마진쟈(설려비두)에는 1천3백여년전 고구려 유민의 59대종손이 신사를 지키고있다. 고려 약광왕(고구려유민)을 모시는 고려신사를 지키고 있는 「고마·스미오」(고려징웅)씨가 바로 야광왕의 59대손으로 고구려후손임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일본에는 손님으로 남의집 방에 들어갈때 들어가자마자 앉게 됩니다. 한국인은 서 있다가 주인이 앉으라고 해야 앉게 되더군요. 바로 이같이 사소한 풍습의 차이로 서로간에 무례하다는 느낌을 받기가 쉽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은 이처럼 사소한 것에서부터 큰문제에 이르기까지 서로 양보하고 이해해야할 일이많아요』
일본안의 귀화인 문제, 그리고 한일간의 친선은 꼭필요한 것이면서도 지극히 어려운 일이라고 「고마」씨는 설명해준다
길쭉한 모양의 호박과 둥근모양이 된 호박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풀어나갈 새로운 방안이 아쉬운것같다 <동경=김징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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