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고봉에 한국도전「러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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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세계고봉읕 향한 우리나라 산악인들의 원정등반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77년 에베레스트 등정을 고비로 붐이 일어난 한국인의 해외등반은 8천m고봉을 단독등정하는 세계적인 수준까지 올라섰다. 지난날 22일 허영호씨(29)의 마나슬루봉 단독등정의 성공을 계기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해외원정등반의 모든것을 알아본다. <저정갑기자>

<현황>
올들어 지금까지 해외등반을 나간팀은 대한산악연맹을 통해 43개팀, 한국산악회를 통해 9개팀등 모두52개팀이다. 70년대말부터 일기 시작한 해외등반붐이 최근들어 말그대로 러시를 이루고있다.
한국최초의 해외원정등반은 지난60년 한국하켄클럽의 대만 옥산(3천9백97m)의 등정. 히말라야는 62년8월 경희대산악부팀의 다울라기리∥봉(6천7백m) 등반이 효시가 된다. 그후 매년5∼6개팀이 해외원정을 나갔으나 일반의 이목을 끌지못하다가 지난 77년9월 한국에베레스트원정대가 정상정복에 성공한 후부터 한국산악계에 마치 유행과도같은 해외원정붐이 일었다.
77년 에베레스트등정이후 78년11개팀, 79년 16개팀, 80년 26개팀, 81년 39개팀으로 늘어났으며 작년엔 모두 67개팀이 원정을 다녀왔다.
원정팀이 주로 찾아가는 곳은 일본의 북알프스 히말라야 유럽알프스 대만 미주등의 순. 올해 나간팀을 보면 일본북알프스가 23개팀, 히말라야가 18개팀, 유럽알프스가 3개팀이며 대만 옥산이 4개팀, 미주가 로키에 1개, 매킨리 1개등 2개팀등이다.
그러나 이들 원정팀은 모두 정상을 정복하기위해 떠난것은 아니다. 일본의 북알프스나 대만의 옥산은 정복의 의미보다는 세계적 고봉정복을 위한 예비훈련이나 관광의 목적을 띤것도 더러있다. 히말라야·알프스 같은 고봉의 경우도 트래킹(원정행군)과 정찰이 상당수 차지하고 있다.
77년 에베레스트원정대장을 역임했던 김영도씨는 『최근 해외등반붐이 일고 있는 것은 국력의 신장이란 측면에서 수긍이 가기는 하나 등산의 스포츠적 측면에서 볼때는 무분별한 해외원정은 규제해야할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의 기록>
작년과 올해는 한국산악계의 르네상스였다. 지난77년의 에베레스트 초등이후 최근1∼2년사이 한국산악계에는 신기록들이 대거 탄생했다.
작년 5월에는 선경여자산악회가 한국여자등반사상 최초로 히말라야의 람중히말봉 (6천9백86m)정상정복에 성공했다.
같은달 한국마칼루원정대는 세계5위의 고봉인 히말라야 동부 마칼루봉(8천4백81m)등정에 세계9번째로 성공했다. 마칼루봉은 능선부분이 검은 화강암으로 뒤덮인 험난한 거봉.
작년11월에는 전인미답의 히말라야고줌바캉봉(7천8백6m)을 한국히말라야원정대의 김영한대장(37)이 세계 처음으로 등정했다. 고줌바캉봉은 지금까지 프랑스·일본대등이 4차례 도전했으나 모두 실패, 한국대가 초등에 성공함으로써 히말라야 등반사상 한국인의 첫 초등기록을 남겼다.
세계기록은 계속돼 올7월에는 유한규(28)·임덕용(28) 씨등 2명의 알피니스트가 파키스탄북부 카라코름 히말라야의 처녀봉인 바인타브락 제2봉(6천9백60m)등정에 성공, 세계최초로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이어 지난달에 허용호씨가 네팔 북서쪽 마나슬루봉(8천1백56m)에 사상처음으로 무산소 단독등반에 성공하는 세계등반사상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기록에 남을만한 해외등반은 성공률 5%정도의 극히 어려운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평이다. 한국은 이제 이같은 기록들로 동양권에서는 일본 다음가는 두번째의 등산국으로 부상했음을 자타가 인정하고있다.

<새로운 시도|무산소·단독등반·히말라야 조깅횡단>
끊임없는 모험정신의 산물인 등산가들의 집념으로 세계설봉을 향한 등반유형도 점점 대범해지고있다. 그래서 생겨난것이 단독·무산소등반의 시도.
지금까지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봉(8천8백48m)정복을 위한 등산대는 평균 30명 정도로 구성되어왔다. 이중 가장 규모가 컸던것은 대원 65명·셰르파 1백명으로 결성된 73년 이탈리아원정대. 최소는 지난80년 혼자서 등정에 성공한 역시 이탈리아의 등산가 「라인홀드·메스너」다.
8천m이상의 고봉에는 지상의 3분의1밖에 안되는 희박한 산소로 등정에서 산소통을 쓰지않으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벽을 깨보겠다는 시도가 집념의 등산가들로부터 수차례 행해져 이에 성공한 케이스가 날로 늘어가고있다.
이번 허영호대원의 성공에앞서 지난 5월에는 미국인「래리·닐슨」씨(36)가 셰르파 한사람과 함께 에베레스트의 마지막 정상구간에서 무려 11시간에 걸친 심한 폭풍설과 사투한 끝에 무산소등정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에베레스트 정상의 무산소등정기록은 78년 이탈리아의 철인등산가 「라인홀드· 메스너」가 최초로 1번타자가 된이래 이번 한국의 허영호씨의 성공까지 모두 5번이다.
무산소뿐 아니라 에베레스트에는 초등정이후 올해로 30년째를 맞으면서 갖가지 새로운 유형의 등반이 시도됐다. 지난 53년5월29일 뉴질랜드의 양봉가였던 33세의 「힐라리」씨가 셰르파 「텐징·노르게이」씨와 처음으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다. 이후 에베레스트에서 미국대는 처음으로 종주등반(1963년)을 해냈고 일본여자대학의 「다베이·준꼬」(전부정정자) 대장팀은 여성으론 처음으로 등정(1975년)에 성공했다.
지난7월에는 영국의 「리처드·크레인」(29)·「에이드리언·크레인」(27)형제가 장장 3천2백40km의 히알라야산맥을 조깅으로 횡단하는 이색 기록을 남겼다.

<해외등반 절차|국내 산악회 추천받고 등반할산 미리 정해 신청>
해외원정등반을 떠나려면 우선 대한산악연맹(회장 오한구)이나 한국산악회(회장 구자경)의 추천이 있어야 한다.
각산악단체에서는 심사위원회에서 신청팀의 구성·계획·경력등을 검토, 해외원정등반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면 그결과를 외무부에 통보한다. 외무부로부터 여권발급이 나오면 대상국의 비자를 받아내야한다.
특히 히말라야를 오를 경우는 먼저 대상산에대한 신청가능성을 알아보아야한다. 다른팀이 신청한 산은 등반허가를 받을수 없다. 등산신청기간은 최소한 6개월쯤이며 허가증발급후 1개월이내에 입산비용의 50%를 네팔국립은행에 입금시켜야한다. 히말라야의 입산비는 산높이에따라 다르다. 등반자가 가장 많이 몰리는 에베레스트는 1천1백77달러, 8천m이상산은 1천98달러, 7천5백∼8천m산은 9백42달러, 6천6백∼7천5백m의 산은 7백85달러, 6천6백m이하산은 6백28달러등이다.
정찰일경우는 일체 무전기사용이 금지되며 베이스 캠프 이상의 활동이 금지된다. 정찰허가없이 산악활동을 하거나 허가가 있더라도 해당지역을 벗어나면 3∼5년동안 등반허가가 동결된다.
히말라야 원정에 있어서 가강 먼저 해야할일은 네팔당국이 허가하고있는 트래킹회사의 대행보증을 받는일.
이들회사는 통관절차, 고용인선정, 보험보증등 모든 사전준비를 대행해준다. 대행수수료는 대략 미화5백달러. 현지 지원요원중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은 총수격인 「샤다」(헤드가이드).
원정경비는 교통비, 체재비, 입산료, 식비등. 교통비가 전체의 약60%를 차지한다. 에베레스트의 경우는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되며 1인당 경비는 5백만원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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