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운영씨와 감형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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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검찰은 이날 결심공판에서 "공씨는 정보기관의 녹취 내용을 유출해 국정원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추락시키는 등 역사적으로 막중한 과오를 저질렀고, 유출 내용을 직접 복사해 개인적 이익을 노린 박씨 또한 죄질이 다르지 않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유출한 자료가 국가기관의 불법행위 결과물이라는 점은 사실이고, 도청됐을 걱정에 밤잠을 설칠 수백 명의 사회 주요 인사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피고인들의 책임이 중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공씨에 대한 구형량은 법조계의 예상보다 크게 낮은 편이다. 일부에서는 검찰이 공씨에게서 수사 협조를 얻는 대신 구형량을 낮춰 주는 플리바기닝(Plea Bargaining.감형 협상)을 시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공씨에게 적용된 국정원직원법(비밀의 엄수) 위반죄의 법정형은 10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또 함께 적용된 공갈미수죄의 경우 법정형이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두 가지 이상의 죄목이 함께 적용될 경우 가중처벌할 수도 있다. 공씨의 경우 최고 15년 이하의 징역까지 가능하다.

비록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공씨가 불법 도청을 실제로 수행했고, 불법 도청 테이프를 빼돌린 죄질에 비춰 이례적으로 낮은 구형량이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구형량보다 낮게 선고하고 2, 3심에서 다시 형량이 낮아지는 관례를 감안할 때 공씨가 실제로 복역하는 기간은 구형량보다도 훨씬 적을 수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씨가 정권교체기 안기부 직원에 대한 무차별 해고로 희생당했고 불법 도청의 진상규명에 조력하고 개전의 정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수사의 목적은 불법 도청을 지시한 최상층부를 규명하는 데 있었다"며 "사실상 상층부의 지시에 따랐던 공씨의 상황을 감안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씨에게 플리바기닝을 적용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나라 법원에선 플리바기닝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경.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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