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APEC] 두루마기가 하이라이트…극비리에 제작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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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상들은 양복 위에 두루마기를 걸치고 기념촬영을 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쪽부터 1994년 인도네시아 회의에서 등장한 화려한 문양의 전통 의상인 ‘바틱’. 96년 필리핀 회의를 장식한 하얀색의 고유 의상인 ‘파롱’. 2001년 중국 회의에선 최고급 비단으로 만들어진 당나라대의 복장이 소개됐다. 지난해 칠레 회의 때 각국 정상이 입었던 남미의 전통 복장인 ‘판초’.[중앙포토]

◆ 두루마기 입는 APEC 정상들=준비 기획단은 그동안 극비리에 한복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취재 과정에서 준비기획단 관계자는 물론 제작에 직접 참여한 한복 전문가들조차 기자를 속이거나 아예 접촉을 허용하지 않는 등 보안에 극도로 민감한 모습이었다. 숨바꼭질 취재를 통해 확인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준비기획단 측은 지난 3월 전국 각 시.도로부터 전통의상 전문가들의 추천을 받아 제안서 및 견본품을 접수했다. 이어 4월엔 자문위원들이 심사를 마치고 6월부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 기획단은 국내 5명뿐인 한복 명장들에게 발주했는데 마침 이들 가운데 김영재(70).류정순(56).이재순(71)씨 등 3명의 명장들이 회의 개최지인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 뉴욕 등지서 활발히 활동 중인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자문위원 겸 책임 디자이너로서 다른 자문위원들과 함께 원단과 색깔의 선택을 맡았고,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3명의 한복 명장들이 각 3벌씩 제작을 맡아 모두 9벌의 두루마기를 만들고 있다. 21벌의 의상 중 부산에서 제작된 9벌을 제외한 나머지 12벌의 제작을 누가 맡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대구와 광주에서 활동 중인 한복 명장 김복연(71).고점례(68)씨와 세계적으로 이름난 한복 디자이너들이 제작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복의 형태는 당초 마고자(저고리 위에 덧입는 웃옷).배자(저고리 위에 덧입은 소매가 없는 조끼 모양의 옷).창의(두루마기와 비슷하나 옆 트임이 있는 겉옷).두루마기 중에서 두루마기로 결정됐다. 두루마기는 양복 위에 착용하기에 쉽고 그동안 APEC 정상들이 입었던 짧은 형태의 상의와 확연히 구별될뿐더러 쌀쌀한 11월 중순 날씨에도 알맞다는 점이 선정 이유로 생각된다. 이번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잔잔한 무늬가 들어간 벽돌색 두루마기를 입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다른 정상들 두루마기 색깔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제작을 위해 APEC 회원국에 있는 한국대사관에서 각국 정상들의 치수를 일일이 파악해 한국으로 보내왔다.

◆ 정상회의 때마다 주최국 전통 의상 뽐내=APEC 정상회의는 1993년 미국 시애틀 블레이크 아일랜드에서 첫 회의가 열린 이래 올해로 13번째를 맞는다. 정상회의 동안 수많은 이벤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지만 역시 세계 언론의 이목을 끄는 것은 참가국 정상들이 주최국의 전통의상을 걸치고 다같이 찍는 사진이다.

첫 정상회의 때 정상들은 평상복 차림으로 회의와 기념촬영을 했으나 94년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두 번째 회의에선 갈색 문양의 바틱 셔츠를 입었다. 이후 주최국 고유의상을 입고 기념촬영을 하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2001년 10월 중국 상하이 회의 땐 정상들이 입었던 중국 전통의상의 영향으로 중국인들 사이에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있었다.

조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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