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게소에서 국산담배만 파는 이유 있었네…KT&G에 25억 과징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휴게소에서는 원래 말보로(외국산 담배) 안 팝니다.”

지방 출장이 잦은 직장인 A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담배를 살 때마다 직원들의 퉁명스러운 대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즐겨 피우던 외국산 담배를 휴게소에만 살 수 없기 때문이다. A씨는 “소비자도 취향을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아무리 외국산이라도 판매까지 막아서야 되느냐”며 쓴 담배를 입에 물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휴게소에서 국산 담배 업체가 외국산 담배 판매를 막는 행위가 실제로 벌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국산 담배를 제조해 유통하는 KT&G가 5~6년 동안 휴게소와 편의점 등에서 부당하게 고객을 유인한 점이 밝혀져 과징금 25억원을 부과했다고 16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KT&G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국산 제품만 판매하는 대가로 휴지통이나 파라솔, 텔레비전을 지원했다. 또 편의점에서 직원 뒤로 보이는 진열대에 국산 제품만 가운데에 60~75%를 채우도록 했다. 외국산 제품은 양쪽 옆 25~40%만 진열할 수 있었다.

KT&G는 이같은 내부 거래로 2010년 50%대로 떨어지던 시장점유율을 지난해 60% 이상으로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공정위는 KT&G에 과징금 25억원을 부과하고 유통업체와 체결한 계약 조항을 수정하도록 명령했다. 김재중 공정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장은 “시장에서 인위적인 진입장벽을 설정하는 것은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하는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행위”라고 지적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step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