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 환상의 발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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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의 오버헤드킥은 위치 선정과 타이밍, 그리고 슈터가 체조 선수 같은 유연성을 갖고 있어야 제대로 된 그림이 나온다.

이런 '제대로 된 그림'이 18일 수원-안양전에서 나왔다. 주인공은 서른세살의 노장 서정원이었다. 전반 24분 오른쪽 사이드에서 남궁웅이 크로스를 올릴 때 서정원은 골문 앞에 있었다.

날아오는 볼은 서정원 뒤쪽을 향했고, 서정원은 수비수를 등진 채 곧바로 몸을 휘감아 올렸다. 머리는 땅을 향하고 발이 하늘을 향하는 순간, 볼은 서정원의 오른발에 제대로 걸려들었다. 안양 골키퍼 신의손도 볼의 탄도를 그저 우두커니 볼 수밖에 없는 완벽한 슛이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은 "어설픈 오버헤드킥이 아니다. 프로 축구 20년 역사상 이처럼 아름다운 골은 처음 본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서정원은 "1990년대 초반 올림픽 대표 당시 오버헤드킥으로 골을 한번 넣은 적은 있지만 이런 짜릿함은 앞으로 축구인생 내내 지탱해주는 힘이 될 것 같다"며 기뻐했다.

수원=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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