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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 신당파 "일단 勢불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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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내 개혁 신당파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16일 워크숍을 계기로 정대철(鄭大哲)대표.김원기(金元基)고문 등 온건파 중진그룹에 신당 추진의 주도권이 넘어가고 신당의 방향도 '개혁'보다는 '통합'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당 밖 개혁세력으로부터의 집중 비판에 직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 강경파는 "민주당의 공식 해체를 보다 원만히 하기 위한 세 불리기 차원에서 전술상 일보 후퇴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비공식 신당 추진 모임의 의장으로도 당초 조순형(趙舜衡).정동영(鄭東泳)고문 등을 선호했으나 중도파와 구주류를 포용하기 위해 결국 金고문으로 의견을 모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18일 광주에 내려간 이들 의원은 광주.전남지역 개혁세력 대표자 2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 신랄한 비판을 들어야 했다.

김하경 나주병원장은 "(의원)배지가 떨어질까 걱정하지 말고 분연히 떨치고 일어서라"며 "진짜 제대로 신당을 하려면 선혈이 낭자하도록 싸워달라"고 주문했다. "신당 얘기할 때마다 말이 달라 지역에서 개혁 신당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개혁국민당 유시민 의원도 "지금처럼 돼서는 도로 민주당일 뿐"이라고 혹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천정배 의원은 "지금 민주당 내부 논의는 진정한 의미의 신당 논의가 아니며, 앞으로 이념.노선에 맞게 외부 세력과 동일한 자격으로 모여 새롭게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탈당하는 게 시원하고 좋겠지만, 과연 몇 사람이나 탈당하겠느냐"며 현실적 어려움도 토로했다. 신기남 의원도 "선명성과 공평성을 둘 다 갖고 가는 게 결코 쉽지 않더라"며 "지금은 우선 대세를 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세 확보를 위해 일단 인적 청산 구호는 접는 대신, 향후 창당 과정에서 기득권 포기와 상향식 공천 등을 관철시켜 시스템을 통해 물갈이하는 전략을 짜놓고 있다.

당의 공식 신당 추진 기구도 신주류 인사 위주로 구성해 이미지 개선작업에 나서고, 이들이 임시 지도부 역할을 맡아 외부 세력과의 통합 협상과 정치개혁 프로그램 마련 등을 주도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또 구주류의 반발이 거세면 당무회의와 임시전당대회에서의 표 대결을 불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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