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보다 경기가 우선” … 프랑스 부유세 폐지, 일본은 소비세 재인상 연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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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호 05면

일본 소비세율 인상을 알리는 안내문. 지난해 4월 소비세율이 5%에서 8% 오른 후 GDP가 2분기엔 -1.8%, 3분기엔 -0.5% 각각 마이너스 성장했다. [중앙포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부자 증세를 들고 나왔지만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부유세는 도입한 지 2년 만에 올해 폐지됐다. 기대했던 세수 확대 효과가 미미했고, 사회적 논란이 커 올랑드 정부에 무거운 부담이 됐기 때문이다.

외국서도 증세는 ‘뜨거운 감자’

올랑드는 2012년 집권 후 핵심 공약이었던 부유세 도입에 나섰다. 연간 100만 유로(약 12억6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세율을 기존의 45%에서 75%로 올렸다. 그러자 부자들이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국적 변경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했다. 서민적 이미지의 국민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소득세를 13%밖에 물리지 않는 러시아의 국적을 얻었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그룹 회장은 벨기에 국적을 신청했다가 비난이 일자 취소했다.

헌법재판소와 국가평의회(대법원)가 부유세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올랑드는 물러서지 않았다. 세금부과 대상을 개인에서 기업으로 바꿔 강행했다. 이번엔 연간 100만 유로 이상의 급여를 개인에게 지급하는 기업에 100만 유로 이상 구간에서 75%에 이르는 세금을 물렸다. 이번엔 고소득 연봉자가 많은 기업들과 프로축구 구단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구단들은 경기 일정을 취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프랑스가 부유세로 거둬들인 세금은 2013년 2억6000만 유로, 2014년 1억6000만 유로 등 총 4억2000만 유로에 불과했다. 전체 소득세 700억 유로의 1%에도 못 미치는 액수다. 경제침체가 길어지자 올랑드는 논란이 많던 부유세를 폐지했다.

일본에서도 증세는 직격탄을 맞았다. 국가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200%에 이르는 일본으로선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012년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주당은 ‘당분간 소비세율을 올리지 않겠다’던 공약을 번복하고 소비세 인상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취임 초기 50%를 넘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의 지지율은 30% 초반으로 떨어졌다. 민주당은 이후 선거에서 자민당에 패배해 정권을 넘겨줬다.

민주당 때 만든 세법에 따라 지난해 4월 소비세율은 5%에서 8%로 올랐다. 올해 10월엔 10%로 인상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세율 인상 직후 민간소비가 위축되며 경제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난해 12월 소비세율 추가 인상 시기를 1년6개월 연기하고, 이에 대한 국민 신임을 묻겠다며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실시해 압승했다.

반면 이미 재선을 해 선거에 부담이 없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증세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달 국정연설에서 부자 증세를 통한 중산층 살리기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집권 전반기에 15%에서 23.8%로 올린 자본소득에 대한 최고세율을 28%로 재차 인상하기로 했다. 또 주식과 같은 유산 상속분에 소득세를 부과하고, 자산 500억 달러 이상 100대 금융회사로부터 은행세를 걷는 등의 세제 개혁을 통해 향후 10년간 3200억 달러(약 352조원)의 세수를 더 확보하겠다고 했다.

증세에 반대하는 공화당은 오바마의 구상에 대해 ‘계급투쟁을 조장하는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부자 증세를 평가하는 의미도 있는 다음 미국 대선은 내년 11월 치러진다. 

한경환 기자 helmu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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