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도시 파리에 캐주얼 물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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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설적인 프랑스 패션을 탄생시킨 파리의 거리에서 요즈음 만나게 되는 여성들의 옷차림은 때로는 기괴하게 조차 느껴지는 다양하고 다채로운 캐주얼 웨어 (기능적인 평상복) 의 행진이다.
바지·치마·재키트 등의 소품들을 조합해 입은 차림들인데, 사실상 이런 옷들을 소화하려면 뛰어난 패션감각이 필요하다.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숄, 단추를 채우지 않도록 된 너무 헐렁한 코트 등. 모든 옷들은 헐렁하게 입고, 몇 가지 옷을 겹쳐 입어 층을 이룬다.
공장 직공들이 입는 위아래가 달린 오버 롤도 평상복으로 입고 있다. 재키트는 더 커지고 바지는 짧고 좁아졌다. 치마는 밋밋한 것, 풍성한 것 다 눈에 띈다. 기장은 무릎 근처, 그리고 그 보다 훨씬 짧아진 것이 새롭게 나타났다.
머리는 기장이 좀더 짧아졌고, 보글보글한 컬이 많아지는 등 그 어느 시대보다 극적인 모습들이 늘어났다. 머리를 감싸는 커다란 스카프와 장갑이 엑세서리로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구겨진듯한 중절모와 짧은 차양이 달린 운동모자를 쓴 여성도 많다. 그 위에 큼직한 가방을 어깨에 걸치거나 작은 가방을 목에 걸어 앞가슴에 늘인 모습도 자주 눈에 들어온다.
이러한「거리의 멋」은 50년대 스타일의 재현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사실은 파리여성들의 극대화한 편안함과 개성추구의 결과라는 것이 패션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올 가을 미서 개봉>
○…이번 가을 미국에서 개봉되는 영화중에는 국제적인 체취의 작품들이 많다. 그중 가장 이국적이고 매력 있는 작품이『열과 먼지』.『의사 지바고』로 전세계에 알려진 여배우「줄리·크리스티」가 긴 침묵 끝에 내놓은 화제작이다.
인도의 제작자「이즈메일·머천트」미국영화감독「제임즈·아이버리」, 유럽 쪽의 작가 「루드·P·야바라」의 합작인데, 사실상 지난 62년 결성된 인도·미국·유럽 합작회사의 21번째 작품이다.
이들은 그동안 동과 서의 만남과 충돌, 문화의 정복 등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다양한 사회와 시간과 장소를 탐구하는 작업을 해왔다.
『열과 먼지』는 두 영국여성에 관한 이야기.
「크리스티」가 분한 영화 속의 「앤」은 오늘에 살아있는 젊고 탐험심이 강한 여성. 그는 20년대 초 총독부 관리의 아내로 인도에 간 자신의 숙모 「올리비어」의 명예롭지 못했던 삶을 조사하기 위해 나선다.
처음 그는 주변인물과의 인터뷰·평지 등을 통해 작업하다 60년전 일을 찾아 인도로 떠난다.「올리비어」의 이야기와「앤」이 인도에서 인도인 가족과 살면서 만나는 이상한 습관, 미신과 전통과 현대의 혼합인 신비스런 삶의 매혹 등의 경험이 화면에서 엇바뀌며 극적인효과를 갖고 전개된다.「올리비어」는 결국 인도·영국 어디에도 발붙일 수 없는 종말을 맞는다.「올리비어」역은 인도출생 영국여배우「그레타·새치」가 맡았다.

<미 워너사가 제조>
○…73년 작고한 세계미술계의 거장「파블로·피카소」의 딸「팔로마·피카소」(34)의 이름이 붙여진 향수를 내년 3월부터 미국 워너화장품회사가 발매한다.
지난해 러시아 황녀였던「글로리어·밴더빌트」의 이름을 붙인 향수로 발매 10개월만에 3천만달러 이상의 매상고를 올려 톡톡히 재미를 본 워너사의 신개발품.
「팔로마」는 티파니 보석상의 디자이너로 일하고있는 뛰어난 미인인데, 그의 이름을 붙인 향수는 온스당 1백60달러의 가격이 매겨져 이 가을 파리 기성복 쇼에서 선보였다. 내년봄 미국내 5백80개 상점에서 일제히 발매된다. <박금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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