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외발자전거 묘기로 웃음꽃 피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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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 뚝섬에서 둘째 딸 유수양을 목말 태운 채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김경수(오른쪽)씨. 왼쪽은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는 큰 딸 유영(왼쪽)양과 아내 박유경씨. 김태성 기자

사무용품 유통업체 직원인 김경수(35)씨는 요즘 외발자전거에 푹 빠졌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패러글라이딩.스킨스쿠버다이빙.산악자전거 등 각종 레포츠를 섭렵해 온 만능 스포츠맨이다.

"1년 전쯤 경기도 여주로 가족 여행을 갔다가 외발자전거를 타고 산길을 달려내려오는 사람을 봤어요. 그 순간 그냥 외발자전거를 배워야 겠다고 생각했죠."

이렇게 해서 배우기 시작한 외발자전거는 생업의 보조수단이 됐다. '오피스 웨이'의 영업사원인 그는 상품을 배달할 때 웬만큼 먼 거리가 아니면 업무용 차량 대신 외발자전거를 이용한다. 주차 걱정을 안 해도 돼 편하고 고객들에게 즐거움도 줘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주말엔 이 자전거로 외로운 아이들에게 기쁨을 선사한다. 그는 외발자전거에 풍선을 매달고 아동복지시설이나 소아병동 등을 방문한다.

"외발자전거의 가장 큰 매력은 남들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다는 거죠. 자전거를 탄 제 모습에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을 볼 때면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몰라요."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큰 딸 유영이 때문이다. 일곱 살 유영이는 국내 유일의 동호회(www.unicycle.or.kr)의 최연소 외발자전거 주자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아빠 -. 미희 알지? 걔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내가 외발자전거 타는 거 보고 싶대'라고 하더군요. 그때 외발자전거 묘기가 남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그후부터 거의 매주 아이들과 함께 외발자전거를 끌고 경기도 부천에 있는 아동복지시설 '해피홈'과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아가 다양한 묘기를 선보여왔다. '아이 무동 태워 타기' '제자리뛰기 하며 오른쪽으로 90도 뒤틀기' 등이 그의 장기다.

국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외발자전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것도 그의 바람이다. 그는 "많은 레포츠를 즐겨봤지만 외발자전거 타기만큼 운동량이 많고 재미있는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외발자전거를 이용해 더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박혜민 기자<acirfa@joongang.co.kr>
사진=김태성 기자 <ts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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