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전문경영인(4)|현대그룹<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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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현재 현대의 최고경영층을 형성하고있는 정주영회장의 2세들 중에서도 2남 (실질적 장남 몽구씨. 5남 몽혜씨, 6남 몽준씨가 돋보인다.

<기획실 업무도 익혀>
정회장의 형제 (동생들) 중에서 ▲한라자원회장 인영씨 (첫째 동생) ▲현대시멘트회장 순영씨(둘째 동생) ▲현대자동차사장 세영씨 (세째 동생) ▲(주)금강및 고려화학사장 상영씨(다섯째 동생)등이 있으나 세영씨 외엔 모두 독립했다. (네째 동생 신영씨는 작고).
현대의 울타리에 있어도 사실상 분가해 나가 딴살림을 하고 있다. 정세영씨만은 현대자동차사장으로서 아직은 전문 경영인 위치다.
2세들중 6남 몽준씨(32)는 작년5월 현대의 3대 주력기업의 하나인 현대중공업의 사장에 오른 이후 현대중공업의 계승자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몽준씨가 약관 31세의 나이로 행제들중 처음으로 주력기업사장에 오름으로써 「현대그룹의 후계자」로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특히 정회장이 재계인사들의 모임에 몽준씨를 자주 데리고 나감으로써 이러한 예측은 신빙성을 굳히기도 했다.
그러나 정회장은 『몽준이는 아직 업무를 배우는 단계』 라고 말한다.
올 6월 미국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5남 몽헌씨는 현재 현대상선사장으로 있으면서 그룹종합기획실의 업무도 폭넓게 관여하고 있다.
몽헌씨가 앞으로 현대에서 어떤 직책을 맡을까하는 것은 비단 현대뿐 아니라 재계도 관심을 끌고있다.
몽헌씨는 현대건설과 현대목재의 대주주로서 장차 계승자가 된다는 과측들이 많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82년도 종합소득세 랭킹에 따르면 「현대건설주주」정몽헌씨는 4위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작년 1년 동안은 미국에 유학중 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현대건설주식의 상당수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역학관계 관심거리>
적어도 주식분포면에서 본 현대건설에서의 몽헌씨의 위치는 당연히 돋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비록 몽헌씨가 현대건설의 돋보이는 대주주라고 해서 현대건설의 경영탑을 직접 지휘할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몽헌씨의 성격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현대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행동파이기보다는 말수가 적은 합리파』 라고들 평한다. 정회장도 최근 「몽헌씨의 건설사장실」과 관련, 『다섯째(몽헌씨)는 나서기를 싫어하는 성격으로 건설타이프는 아니다. 또 재정·금융을 공부했다. 현대는 앞으로 현대상선을 그룹차원에서 크게 키울 예정』 이라고 측근에게 말했다한다.
특히 건설엔 그 동안의 실적을 보나 능력을 보나 우뚝 돋보이는 이명박 사장이 포진하고 있다. 대주주 몽헌씨와 대경영인 이명박씨와의 역학관계는 온 세상의 관심거리이며 또 정회장에 대한 평가거리이기도하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82년도 종합소득랭킹을 기준으로 현대 정씨가를 볼때 놀라운 것은 2남 (실질적인 장남) 몽구씨의 부상이다.
그는 작년 발표때는 50위안에도 들지 못했으나(74위) 올해는 25위로 급승했다.
관측자들은 몽구씨의 갑작스런 부상은 지난해 큰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은 정주영회장이 자식들에 대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실질적인 강남을 특별히 고려한 것이 아닌가하고 추측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최근 몽구씨가 사장을 맡고있는 현대자동차서비스가 금년 들어 현대자동차의 국내판매권을 점차 이양받고 있어 주목을 끌고있다.
이에 대해 일부 재계관측통들은 일본 등 외국의 애처럼 자동차의 생산과 판매를 분리, 판매권을 몽구씨에게 넘기는 첫 단계가 아닌가하는 성급한 추측도 나오고있다.
정주영회장의 새째 동생인 정세영사장은 68년 자동차 설립과 함께 사장으로 취임, 오늘의 현대자동차로 키운 절대적 공로자다. 자동차에 대한 그의 공적과 집념·정열은 아무래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다.
작년 5월 현대건설 35주년을 맞아 정주영회장이 정세영 사장에게 준 감사장에는 『현대그룹창립과 더불어 현대건설발전에 헌신적인 노력을 경주하였으며 현대자동차를 창설하고 사장 직책을 수임한 이래 한국자동차공업 발전과정에서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 독창적 공헌을 하였고 현대자동차가 세계적인 자동차공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닦았다』고 기록되어있다.
「피」가 그것을 앞설 것인지는 두고 볼일이다.

<포드재단에 깊은 흥미>
현대 정주영회장은 빈손으로 출발해 세계 속의 현대를 당대에 이룩한 입지부적 인물이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수성에 실패했다는 불행한 과거를 보면서 정회장은 2세로의 승계를 어떻게 구상하고 있을까?
정회장은 약2년 전부터 앞으로는 세제(상속세)로 보나 사회분위기로 보나 2세들이 기업을 지배하는 시기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미국의 포드재단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있다.
현대건설주식의 50%를 아산복지재단에 내놓은 정회장은 포드재단과 포드그룹의 관계처럼 아산재단이 현대를 이끌어나간다는 방향을 설정해 놓고 있다.
현대는 2세에의 승계라는 중대하고도 미묘한 숙제에 당면하고 있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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