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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 물러난 ' Mr.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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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박용성 회장

두산그룹 박용성 회장의 그룹 회장직과 대한상의 회장직 사임은 예견된 일이었다. 박 회장의 사임은 오너 형제간에 비리 폭로전이 벌어진 이후 4개월 만이다. 그 사이 검찰에서 비자금 조성 등 혐의가 일부 밝혀지면서 박 회장의 사임은 기정사실화된 상태였다.

박 회장의 한 측근은 "상공회의소 건물 준공 등 상의 쪽 현안이 많아 이를 처리하느라 사임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긴급 사장단 회의에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데 깊이 반성하고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두산그룹은 박 회장 사임 직후 사장단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발족했다. 그룹 관계자는 "위원회는 한시적인 조직으로 그룹 현안을 논의해 결정하는 역할을 하며, 선진적 지배구조 개선 방안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 측은 그룹 경영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상경영체제를 마련하기도 했지만 박용만 부회장이 상징적인 자리인 그룹 부회장직만 물러났을 뿐 두산 인프라코어, ㈜두산 부회장직은 유지키로 했기 때문이다. 두산 측은 "박 부회장이 두산의 실무를 거의 처리하고 있어 계열사 업무는 계속 맡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상의 후임 회장은 이달 22일 열리는 서울상공회의소 의원총회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상의 관계자는 "박 회장이 국제상업회의소(ICC) 회장직은 대한상의 회장 자격을 잃더라도 유지할 수 있다는 본부 측 유권 해석에 따라 일단 사퇴하지 않지만 국제 지위는 향후 법적 처분에 따르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일단 지난달 6일 국제유도연맹(IJF) 회장에 세 번째로 당선되는 등 나라 안팎에 갖고 있는 공식 직함만 60개가 넘어 국내외 체육.경제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날카로운 정부 비판 발언으로 '미스터 쓴소리'란 별명을 얻기도 했다. 박 회장은 7월 친형인 박용오 전 회장 측이 비자금 조성 등을 폭로했을 당시만 해도 "떳떳하다"며 "회장직을 사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했었다.

양선희.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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