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쇄신·민심수습의지 반영|경제정책 어떻게 달라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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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재기용된 신병현부총리를 중심으로한 새경제팀이 짜여졌다. 농수산부를 제외한 모든 경제부처장관과 청와대경제수석까지 바뀜에 따라 경제팀의 전면개편이 이루어진 샘이다.
궁금한 것은 바뀐 얼굴들이 펴나갈 앞으로의 정책방향이다. 그동안의 정책시비가 누적되어온데다가 무엇보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무슨 전환이 있을것 같지는않다. 제5공화국출범의 첫 경제팀장이었던 신부총리의 재기용이 우선 그렇고, 최근까지의 주역이었던 강경식재무장관이 경제팀에서는 일단 물러났다고는 해도 큰영향력을 발휘할수있는 비중있는 자리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실물부서의 경우에도 상공·동자부가 모두차관에서 제자리 승진되는등 기초적인 변화가 있을만한 특별한 요인을 찾기어렵다.
더우기 신부총리 자신이 외곬 안정론자이고 보면 지금까지 추구해온 안정기조의 근본골격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것이다.
그러나 전·현경제팀사이의 상당한 「팀컬러」차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석준-강경직-김재익씨로 이어졌던 종전경제팀의 팀컬러와 새로짜여진 신병현-김만제-사공일씨 팀의 그것과의 차이다.
특히 서부총리의 단명(3개월)을 감안한다면 정책의 양대기둥이었던 강재무와 김수석의 과감한 개혁주의에 비해 새팀의 성향은 훨씬 점진적인 개선론자쪽에 가깝다. 안정기조라는 목표는 같으나 그방법에 있어 직진주의와 우회주의의 차이가 있을수있다.
또한 지난 경제팀의 가강 큰 족적으로 꼽을수있는 6.28금리인하와 7·3실명재조치만 놓고봐도 그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실명제 전면실시가 처음거론된것이 신부총리의 첫번째 재임때였고 이에대해 신부총리는 「충격의 부작용」을 들어 무척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던것으로 알려졌었다.
6·28조치의 대폭적인 금리인하에 대해서도 당시 KDI의 부원장이었던 사공일 경제수석은 반대입장을 취했었고 그이후에도 부분적으로나마 금리의 조속한 자율화노력을 자주 강조해왔던 사람이다.
재무장관의 성향은 더욱대조적이다. 강전장관이 정연한 논리를 바탕으로 부작용을 무릅쓰고서라도 구조적인 개혁을 위해 소신껏 밀어붙이는 「이상형」이라고 한다면 김신임장관은기존질서를 존중하는 「현실형」이라 할수있다.
이같은 팀컬러의 차이를 따지지않더라도 지금까지의 경제정책에서 빚어진 문제들을 팀교체를 계기로 다시따져보고 보완하는 작업이필요하다.
소위 3저체제로 대표되는 강력한 안정화시책의 부분적인 궤도수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우선 관심을 끄는 부분은 금융쪽이다. 그동안 연속적인 금융사고의 저변뒤엔 공·사금리의 심한격차가 도사리고있는데다 저금리체제에 대한 한계가 더욱 노정되고 있으며 신·금·사공의 새경제팀 주역들이 모두 금융전문가들이라는 점에서도 어떤 형태로든 부분적인 궤도수정이나 보완대책이 마련될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주목거리는「경제수석」의 행동반경이다.
전임자였던 김재익수석의 영향력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김수석의 타계는 기존정책질서나 경제관계인사에까지 큰변화를 초래할 것이다. 신임경제수석 역시 적극적인 생각으로 일을 벌이려할 경우 여전히 정책결정의 최종관문역할을 해낼공산도있다. 신부총리나 김재무의 정책스타일이 매우조심스러울것이라는 점에서도 그의 거취는 새경제팀에「태풍의눈」으로 등장할것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않다.
그렇더라도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한 뒷마무리가 그대로 남아있는데다 사람까지 모두 바뀌었으므로 부분적인 정책선회와 보완등이 조심스럽게 타진될것으로 보인다. 또 신부총리와 김재무의 재야경험은 장미빛 전망에 대한 현실화를 초래할지 모른다.
특히 5차5개년계획의 전면수정작업을 비롯해 실명제 실시등 걸려있는 굵직굵직한 현안문제들이 정책의 강도나 타임스케줄에 어느정도 변화가 있을지 두고볼일이다.
사실 종래정책기조에 대한 반성의 분위기는 고서부총리의 취임을 계기로 이미 조심스럽게 시작되었으나 불의의 사고로 윤곽을채 잡기도전에 도중하차하고말았었다.
어쨌든 새경제팀이 어떤정책비전을 제시할지 자못 궁금하다. 변화를 거부하는 역의 변수역시 만만치않기때문이다.
현재의 정책흐름이 이미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으며 특히 경제팀에서는 물러났다고는하나 강경직비서실장이 실질적으로 경제문제에 얼마큼 관여하느냐가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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