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간 「대부」의 권위 금권정치의 단죄|다나까 유죄선고와 일정국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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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경지방재판소 형사1부는 12일「다나까」(전중각형·65) 전수상의 록히드사건 1심 판결공판에서 「다나까」피고인에게 징역4년, 추징금 5억엔의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6년9개월을 끌어온 흑백논쟁에 단을 내렸다.
록히드사건 「다나까」 공판은 사건내용이 현직수상의 범죄라는 점에서 뿐아니라 피고인이 끝까지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는점, 형사피고인이라는 어려운 입장에 있으면서도 계속 정치세력을 확장해온 불가사의, 그리고 재판결과가 일본 정국에 미칠 영향등 때문에 일본국내에서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그 귀추가 비상한 관심을 끌어왔다.
「다나까」피고인의 혐의내용은 수상재직때인 74년 일본민간항공회사인 전일공이 미국 록히드 항공기 제작회사의 트라이스타 에어버스를 구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종합상사 마루베니(구홍)를 통해 5억엔을 뇌물로 받았다는것.
76년2월 미상원 외교위에서 사실이 폭로되자 「다나까」 전수상은 같은해 7월 체포되었으며 자민당직도 버려야 했다.

<6년9개월 끌어>
다음해인 77년1월 첫공판이 열린 이래 이 사건은 6년9개월을 끌면서 1백90회의 공판을 가졌으며 그동안 4명의 수상과 3명의 검찰총장이 바뀌었다.
그러나 피고인석에 선 「다나까」는 처음부터 끝까지 혐의사실을 부인했으며 1심 판결이 유죄로 내려진 지금도 자세를 바꾸지 않고있다. 뿐만아니라 그 자신은 비당원이면서 그가 이끄는 자민당안「다나까」파는 첫공판이 열린 77년의 74명에서 계속 늘어나 지금은 1백19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리는 당내 최대파벌로 성장했다.
비당원에다 형사피고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집권자민당의 대부로서 사실상 당을 지배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까소네」(중증근강홍) 수상이 당내 재4위의 허약한 파벌을 거느리고 있으면서 수상이 될수 있었던 것도 그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12일 판결이 최종판결은 아니다. 그러나 4년징역의 실형판결이 내려졌다는 것은 일단 그의 무죄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국민앞에 보여준 셈이 됐으며 대부로서의 그의 권위에도 금이 갔다고 할수있다.
「다나까」공판이 일본정계의 금권체질에 대한 심판이었다고 본다면 이번 판결은 그같은 정치풍토에 대한 유죄판결이며 경고라고도 할 수 있다. 어떤 측면에서건 이번 판결은 앞으로 일본의 정국운영, 정치판도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관심을 끄는 것은 그의 거취문제다. 실형선고를 받았으나 그는 즉각 항소, 재보석으로 풀려남으로써 신병구속의 문제는 당일로 해소됐다.
문제는 유죄판결을 받고도 계속 국회의원으로 남아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다나까」자신은 12일하오 의원직을 사퇴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표시했다.

<당일로 보석허가>
그러나 이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야당은 금년1월 구형공판에서 징역5년의 구형이 있던 것만으로도 그의 사퇴를 요구, 의원직 사퇴결의안을 들고 나왔다.
이 결의안은 자민당의 반대로 운영위원회에서 보류된 상태다.
그러나 이번 유죄판결로 야당은 전보다 몇배의 강도로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으며 자민당 비주류측에서도 이에 동조하는 의견이 머리를 들기 시작하고 있어 먼저처럼 어물어물 넘기기는 어려운 형세다.
그가 구속될때 수상이었던 「미끼」(삼목무부) 전수상은 정치윤리확립과 정치풍토 개선을 내세워 노골적으로 그의 정계은퇴를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론이나 정계동향을 보아 그가 극적인 사임선언을 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의원직을 스스로 물러나 예봉을 피하고 곧 국회를 해산, 총선거에서 다시 의원이 된다면 유죄판결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뽑은 그에 대해 야당도 할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선거구에 다져놓은 기반이 확고한만큼 그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 것은 별문제가 없는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삼목도 은퇴요구>
그러나 『총재·수상으로서의 불명예를 씻고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 무죄임을 입증하겠다』는 것을 전면에 내새워온 만큼 스스로 사직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다.
그렇게 되는 경우 그를 옹호하는 자민당과 야당연합이 사퇴권고결의안을 놓고 정면 충돌,국회의 공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안에서 그에게 반대하는 세력이 야당에 동조하는 사태가 생긴다면 자칫 자민당의 분당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정계 관측통들은 보고있다.
이같은 전망과 함께 또 한가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중의원 해산문제다.
해산권을 쥐고있는 「나까소네」수상은 내년 5월의 임기만료까지 해산은 없을 것이라고 되풀이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에서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매스컴이나 여야를 포함한 정계인사들은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초에는 해산·총선이 있을것이라는데 대체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렇게 보는 근거는 「다나까」가 이번 판결과 관련,조기총선을 희망하고 있으며 「나까소네」수상으로서도 자기 주도아래 선거를 치러 국민의 신임을 확인하고 새 국회에서 내년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이 재집권의 포석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선거를 치를 경우 최근에 발생한 KAL기, 랭군폭탄테러사건등도 군비강화를 주장하는 「나까소네」수상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점도 지적되고 있다.

<다나까파 일부 이탈>
일본정계는 이미 선거 분위기에 들어갔다고 할 수 있으며 일부에서는 12월18일이나 25일이 총선일이 될 것이란 말까지 나돌고 있다.
12일 판결과 관련, 또 한가지 주목을 끄는 것은 「다나까」파의 운명이다. 판결 이전에도 이미 「다나까」의 신통력이 줄고 있다는 얘기가 나돌기 시작했고 작년 총재선거때는 2명의 이탈자마저 생겨 화제가 된일이 있는만큼 이번 판결에 소속의원들에게 적지않은 동요를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
재작년 1월에 이어 선고공판을 며칠 앞두고 다시 쓰러진 「다나까」의 건강문제도 큰 불안요인으로 지목되고있다.
판결후 「다나까」파는 더욱 소리 높여 「결속」을 다짐하고 있지만 결속을 지나치게 과시하려는 자체가 불안의 증거라고 볼수도 있다. 【동경=신성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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