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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바쁘고 엄마는 한글 모르고…'코시안' 누가 가르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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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코시안'들이 공주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대학생들로부터 한글을 배우고 있다. 김방현 기자

"우리 아들은 한국어로 일기 쓰기는 물론 숙제도 할 수가 없어요."

지난달 20일 오후 공주시 중동 기독교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코시안(KOSIAN:Korean+Asian.한국인과 아시아인이 결혼해 낳은 2세) 한글교실. 1998년 필리핀에서 시집 온 주부 가로린 펠리페(34.공주시 옥룡동)가 "아들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할 지 모르겠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그의 아들 김한겸(8.초등1년)군은 받아쓰기 시험에서 100점 만점에 10~20점을 받아오기 일쑤다. 엄연히 '한국인'이지만 일기는 쓸 엄두도 못 내고, 지난 여름방학 때는 숙제도 전혀 하지 못했다.

어머니가 한국어를 잘 하는 못 하는 데다, 아버지(44.노점상)도 평소 말이 없어 가정에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펠리페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원에도 보낼 수 없는 형편"이라며 "아들이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당한 적도 있다"고 실토했다.

공주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코시안'을 위해 문을 연 한글교실에서 갖가지 안타까운 사연들이 쏟아져 나왔다.

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 18명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달 중순부터 3개월 과정의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선생님은 무보수 자원봉사자로 나선 공주대 유아교육과와 공주교대 학생들. 이들은 학생과 1대 1로 한글은 물론 종이접기.동요 부르기 등 다양한 내용을 지도한다.

공주시 사회복지과 김경숙(40.여)씨는 "최근 농촌 총각과 동남아인 사이의 국제결혼이 늘면서 혼혈아가 많아졌지만 자녀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부모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한글교실을 열었다"고 말했다.

공주시에는 현재 일본 등 아시아에서 시집 온 주부가 190명, 자녀는 106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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