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아닌 공간을 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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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한샘은 침대가 아니라 침실, 소파가 아니라 거실을 만듭니다.”

 한샘 최양하(66·사진) 회장이 표방하는 ‘공간 철학’이다. 11일 서울 서초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샘 신혼 라이프스타일 제안 간담회’에서 최 회장은 “소비자가 원하는 건 가구가 아니라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바닥재 같은 건축자재 시공부터 소형가전까지 건물 골조를 제외한 모든 공간을 ‘한샘표’로 채워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샘은 LG전자 등과 협력해 채소·과일 원액기나 화장품 냉장고, 가습기 같은 소형가전을 개발 중인데 올 하반기 첫 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날 한샘은 ‘따로 또 같이 생활하는 자유로운 부부’ ‘살림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부부’ 식으로 신혼 생활 패턴별 5가지 ‘공간 디자인’을 선보였다. 방 3개짜리 79㎡(24평형) 아파트를 일관된 컨셉으로 꾸밀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침실이나 거실을 별도의 스타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침실에서 옷장을 없애고 작은 방을 드레스룸으로 만드는 식이다. 실제 가구를 구입한 신혼부부 100여쌍의 신혼집을 분석해 모델 평형과 가구 배치를 정했고, 신혼부부 1만쌍의 의견을 반영했다. 자기 집 평형에 맞춰 한샘 가구를 가상으로 배치해 볼 수 있는 3차원 시뮬레이션 시스템 ‘큐브’도 처음 내놓았다. 매장에서 시뮬레이션 후 스마트폰으로도 받아볼 수 있다.

 -‘가구 공룡’ 이케아가 매장을 실제 집처럼 꾸며놓은 걸 의식한 것 아닌가.

 “한샘은 2000년대 초반부터 서울 방배동 매장에 모델하우스 컨셉트를 도입했다. 오히려 당시 이케아 임원 10여 명이 우리 매장을 보고 갔다고 들었다. 제품 하나하나 보다는 공간 자체를 중시하는 쪽으로 소비자 성향이 바뀌었기 때문에 지난해 공간연출팀도 만들었다.”

 - 13일 문을 여는 생활용품 전문 ‘한샘홈’ 1호점도 이케아 대응책으로 꼽힌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생활용품 시장이 커진다. 붙박이 가구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소품 시장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이케아도 생활용품에 주력하는 것이다. 이케아 가구에 비해 한샘은 품질에서 경쟁력이 있고, 공장 자동화 같은 방법을 통해 가격 경쟁력도 어느 정도 갖췄다. 일부 제품은 이케아보다 싸다. 또 이케아에는 없는 택배와 시공 서비스, 대리점·직매장·온라인·홈쇼핑·건설회사처럼 다양한 유통채널이 경쟁력이다.”

 최 회장은 “한샘은 매출 1000억원당 450명 정도 추가 고용을 할 정도로 서비스 인원을 촘촘하게 배치한다”며 “지난해 1500명을 추가 고용해 표창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한샘은 서비스 차별화와 함께 신규 사업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지난해 말 신설한 기기사업부에서 추진하는 소형가전 사업과 함께 인테리어 자재 공급, 시공까지 함께 하는 소비자 대상 건축자재 사업에 주력한다.

  중국 건축자재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미국의 경우 뉴저지주에 공장을 마련하고 현지 소비자 취향에 맞춰 커다랗고도 클래식한 ‘아메리칸 스타일’ 가구를 개발 중이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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