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 길라잡이] 외국계 기업 취직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김기태 커리어 대표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하는 구직자가 많다. 근무여건이 좋고, 학교.성별.학벌 등에 대한 차별도 적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입사원은 물론 경력사원들에게도 최고의 인기 직장으로 꼽히고 있다. 소위 '스펙'이 부족하더라도 업무능력과 외국어 실력에 자신이 있다면 도전해 볼 만하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려면 정보를 빨리 입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외국계 기업이 수시채용을 하고 있어 발로 뛰는 전략이 필요하다. 해당 회사의 인사 담당자에게 자신의 연락처가 적힌 이력서를 미리 보내거나 기업 채용 사이트를 통해 구직등록을 해 놓는 것은 기본이다. 사내 추천 제도와 헤드헌팅을 통한 채용도 많아 인적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재취업을 준비하는 동안 어학실력도 다져야 한다. 영어로 진행되는 회의가 많고 외국 출장이나 화상 미팅, 전화 통화 등이 잦아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적응하기 어렵다. 어학능력이 다소 부족하다면 정보기술(IT)과 전기전자 분야를 공략하는 것도 좋다. 이들 업종에서는 어학능력보다 업무능력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그러나 외국계 기업이라고 다 좋은 것만은 아니다. 세계적으로 지명도가 높은 기업도 국내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할 경우 안정적인 고용을 기대하기 힘들다. 영업실적이 신통치 않거나 현지 법인이 설립 목적을 달성한 경우에는 곧바로 철수하는 경우도 가끔 있다. 설립 배경을 꼼꼼히 살피고, 국내에 안정적인 영업망을 확보했는지, 연구나 생산을 위한 시설을 마련해 두었는지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향이 외국계 기업에 잘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입사했다가 개인적인 성향과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그만둔 사람도 많다. 우리의 상식이 아니라 그들의 상식에서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입사 전 관심 있는 기업에 대한 문화와 인사제도, 근무환경 등에 대해 정보를 수집한 뒤 충분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외국계 기업들이 신입사원보다 경력사원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국내 기업의 대리, 과장급 경력사원이 '막내'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기업문화 때문이다. 국내 기업은 신입사원을 가르치면서 소속감을 강조하는 반면 외국계 기업은 실무 경험이 풍부한 경력사원을 수시로 채용해 바로 업무에 투입한다.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우리 직원이기 때문'이라는 애정어린 시선을 기대한다면 외국계 기업에 입사하려는 희망사항을 재고해 봐야 하지 않을까.

김기태 커리어 대표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