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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된 엘리베이터 그냥 사용|독일 여행에서 보고 느낀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이응세<화가·서울 강남구 반포2동 미주아파트1동602호>
나는 지난 봄 아내의 회갑을 맞이하여 16년 전에 유학간 세자식들을 만난다는 설레이는 가슴을 안고, 3개월 예정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미술교사직에 있던 사람으로서, 이번 나들이가 더욱 뜻있고 보람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한국 어린이미술전을 그곳에서 갖는 일과, 독일의 학교교육, 그리고 도시와 농촌 및 한인 사회를 좀더 깊이 알기 위하여 백림에 도착하는 즉시 여장도 풀기 전에 세밀한 지도 한장을 벗삼아, 자전거로 매일같이 시내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니는 동안 언제나 개방되어 있는 넓은 시민 공원에서 쉬기도 하였다. 이름 모를 아름다운 새들이 공원 숲에서 한가로이 놀고 있는데 누구하나 건드리지 않으니 문자그대로 새들의 낙원이 아닐 수 없다. 서울 종로네거리에도 꿩같은 새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다면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밖에 거리질서는 말할 것도 없고 어느 하나 역행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넓은 길 양쪽에 질서있게 서있는 주차장, 그리고 인도에는 네모난 모양의 돌을 박아서 수백년을 밟을 수 있을 것같이 보인다.
또하나 고층 건물은 거의 없고, 특이한 것은 고르게 서있는 5층 정도 건물의 두터운 벽, 그리고 문짝 하나 하나의 견고함이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다.
큰 아파트에도 수위가 없고, 자기가 갖고있는 키 하나로 출입문이며 거실, 그리고 오락실까지도 자유로이 드나들 수 있었고 1백년이 넘었다는 엘리베이터를 지금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독일 내륙에는 인공운하가 많아서 백림로 시내복판과 외곽지대까지 뻗어 있어서 동독상선이 오가고 있었으며, 배위를 나는 갈매기 또한 인상적이었다. 나는 문득 우리 한강 상류에도 어서 운하가 개통되어 큰 외국기선이 왕래하였으면 하고 상상도 해 보았다.
독일 민족은 특히 꽃을 좋아하는 민족이라는 것을, 농촌 어느 구석에 가도 알 수 있어서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쉴 수 있는 넓고 아름다운 공원을 가는 곳마다 볼 수 있었다.
또한 백림에 산재해 있는 2천6백명 정도의 교포들 가정도 두루 찾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모두 기반을 다져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었다.
특히 간호원 아주머니들의 성실함과 근면성은 이미 독일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있어서 마냥 흐뭇하기만 하였다.
나는 처음 예정대로 3개월 머무르는 동안 아들들의 안내로 이탈리아·오스트리아·스위스 등 여러나라를 두루 다녀보았는데 결론적으로 그들은 저절로 복받은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앞을 바라보고 노력하는 민족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독일뿐만 아니라 서구의 모든 나라들은 잠시도 쉬지 않고 꾸준히 전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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