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의 식사간 남화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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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그래도 국이 싱거운것같구나』
『소금을 제법 많이 넣었는데요』
추석 차례준비한다고 며칠전부터 우려집에 와서 일을 거들던 며느리와 그이의 대화다.
요리에는 경력과 솜씨가 정비례하는것은 아닌것같다. 몇십년동안, 그리고 지금도 가족들의 음식을 만드는 내경우를 보면 요즘에도 가끔 간이 싱겁기도 하고 짜기도하다.
내가 만든 반찬이 대체로 짠것은 영양섭취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밥을 먹기 위한 단순한 과정이라는 예부터의 사고방식 때문이리라.
새우젓 한 종지만으로 온 식구가 밥 한끼를 때웠다던가. 하지만 이와같이 알게 모르개 지녀온 습관이 며느리를 맞고부터는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따로 나가 살지만 그래도 집에 일만 있으면 만사 제쳐놓고 와서 일을 도맡다시피 하고, 2남 l녀중 끝인 딸애를 키운후 지금까지 20여년 동안 어린애가 없던 우리집에 밝은 웃음과 풍성한 대화를 가져다 준 경원이의 에미인 그애를 보면 그것이 당연하다고 느끼기에 앞서 고맙고 대견한 마음이 앞선다.
벌써 결혼3년째에 접어들어서인지 제법 원숙한 주부 매무새가 나타나고, 특히 가정의 화목에 신경을 많이 써 고부간의 갈등이니 하는 말은 우리에게 전혀 무관하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단 한가지, 바로 그 음식의 간이라는 놈이 고부간을 이간질하여 문제를 일으키려 애를 쓴다.
그애의 주장은 소금과 고혈압은 불가분의 관계이니 짜게 드시면 안된다는것이고 애들 역시 같은 젊은 세대라서 동료의식을 느끼는지 형수이자 올케의 편을 든다.
그러나 몇십년동안 내가 맞춘 간에 익숙해진 그이는 싱거우면 식사를 한것같지가 않다 하며 오래 사는 것도 좋지만 식도락 역시 오래 사는 것 못지 않다는 주장이다.
나는 어느 편도 들수없어 방관만하다 음식이 짠것은 내탓이기 때문에 결국은 그이 편을들어 가끔 식탁이 양분되는 것으로 걸론이 나기도 하는데 이런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이 아직은 없는것 같아 아내이자 시어머니인 내 입장이 무척 난처하다.

<서울영등포구당산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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