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진체 파편 터널 밖 400m까지 날아가

터널 안에서 폭발해 불탄 트럭의 잔해를 소방관들이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1일 오후 2시16분쯤 대구시 달성군 논공읍 본리 달성 2터널에서 미사일 추진체를 싣고 가던 15t 화물 트럭에 불이 났다. 불은 적재함에 실려있던 미사일 추진체에 옮겨 붙으면서 급격한 연소로 폭발, 추진체 일부가 찢겨 튕겨 나갔으나 터널에 갇혀 있던 차량 운전자 등은 긴급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이 불로 바로 옆 하행선이 오후 5시50분까지 차량통행이 중단되고 차량이 4㎞가량 밀리면서 운전자들이 이날 오후 늦게까지 큰 불편을 겪었다.

경찰은 폭발에 따른 터널 이상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데다 사고원인 조사를 위해 구마고속도로 창녕에서 대구 방향 상행선의 터널구간에 대해 2일까지 차량 통행을 전면금지했다. 이 구간 이용 차량은 대구 방향 현풍 톨게이트에서 국도로 우회토록 했다.

불이 나자 제연차.화학차 등 소방차 34대와 소방관 135명이 출동해 진화에 나섰지만 터널 안에 연기 등이 가득해 진화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불은 1시간 만인 3시25분쯤 꺼졌다.

◆ 사고 순간=이날 사고는 전남 순천 공군부대에서 대구 모 공군부대로 이동하던 여덟대의 트럭 중 두 대가 먼저 터널을 빠져나가고 세 번째 트럭에서 불이 나면서 일어났다. 뒤따르던 나머지 4대는 불이 난 것을 보고 차를 돌려 국도로 빠져나갔다.

사고트럭 운전자 박성수(31)씨는 "터널 내 2차로에서 터널의 510m가량을 통과하는 순간 운전석 맨 뒤쪽 타이어에서 불이 나 차를 세우고 군인과 함께 소화기로 끄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말했다. 달성 2터널은 길이 993m에 편도 2차선이다. 터널 내 폐쇄회로 TV를 확인한 결과 5분쯤 뒤 타이어 쪽에서 연기가 치솟았고, 10분쯤 뒤 불길과 함께 타이어가 녹아내리면서 트럭이 기울기 시작했다.

이어 불길은 미사일 추진체를 천막으로 덮은 적재함에 옮겨 붙었고, 적재함 내 나무상자 2개와 추진체(길이 3m 정도) 고체연료에도 옮겨 붙었다. 화재 발생 21분쯤 뒤 추진체가 사실상 폭발하면서 폐쇄회로 TV도 꺼졌다.

한 소방관은 "고체연료의 급격한 연소로 추진체가 찢어지고 대구 방향으로 각각 100m, 400m 정도 튕겨 나갔다"고 말했다. 공군 관계자는 그러나 "추진체 고체연료에 불이 붙고 이것이 급격히 타면서 추진체가 앞으로 '툭 툭' 튕겨 나갔고 고열로 찢어졌지만 엄밀한 의미의 폭발은 아니다"고 말했다.

화재 당시 미사일 탄두를 실은 트럭 두 대는 터널을 빠져나가 다행히 더 큰 사고는 나지 않았다. 공군은 "탄두와 추진체를 분리해 대한통운 트럭으로 이송 중이었다"고 밝혔다. 20여m 뒤에서 뒤따르던 네 번째 트럭에도 미사일 추진체 2개가 적재돼 있었으나 트럭 앞 부분이 그을렸을 뿐 불타지 않았다. 목격자 이모(47)씨는 "창녕에서 대구로 향하던 중 터널 쪽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린 후 연기가 터널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태석 달성소방서장은 "출동해 교통통제를 하고 사람을 대피시키던 중 '펑 펑'하는 강력한 폭발음이 수차례 들렸다"고 말했다.

◆ 사고 현장=불이 나자 터널 안은 순식간에 화염과 함께 검은 연기로 가득 찼다. 화염과 연기는 바람 등의 영향으로 터널의 대구 방향 쪽으로 번졌고 뒤따르던 차량 운전자들이 놀라 대피하는 등 사고 현장은 순식간에 수라장이 됐다. 터널 안은 사고 2시간 뒤에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으며,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터널 벽체의 타일이 50여m에 걸쳐 우박처럼 떨어져 나갔으며, 벽체 곳곳도 부서졌다.

또 터널 양쪽에 설치돼 있던 통신케이블이 끊어진 채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화재 차량은 오른쪽으로 60도 정도 틀어져 있었고 바퀴 차축이 빠져나간 상태에서 뼈대만 남아 있었다. 하행선과 연결되는 비상구의 철제 셔터(가로 3m 세로 2m)도 완전히 찢겼다.

한 소방관은 "미사일 추진체가 대구 방향으로 튕겨 나가고 화염이 대구 쪽으로 번져 피해가 적었으나 사고 현장은 마치 폭격을 맞은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대구=홍권삼.황선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