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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미그-29, 구름처럼 보이게 색 바꿔 … 스텔스 페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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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이 최근 미그-29 전투기 윗부분을 짙은 녹색에서 옅은 회색에 얼룩무늬를 가미한 색깔로 바꿨다. 2012년 1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군부대 방문 시 촬영사진(왼쪽)과 지난달 24일 북한이 공개한 미그-29. [사진 조선중앙통신 인터넷사이트 캡처]

북한이 최근 전투기 색깔을 교체하고 있다. 군 고위 당국자는 10일 “북한이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전투기에 새로운 도색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었다”며 “북한이 최근 공개한 전투기 사진과 옛날 사진을 분석한 결과 색깔과 디자인을 모두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북한은 최신예 기종인 미그-29 전투기의 윗부분에 대부분 짙은 녹색을 칠했다. 바닥 부분은 짙은 하늘색이었다. 2012년 1월 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공군 1017부대를 방문해 찍은 기념사진의 미그-29도 그랬다. 미그-29는 저공비행이 특징이다. 상공에서 보면 지상과 색깔이 비슷하고, 밑에서 보면 하늘과 색깔과 비슷하게 만들어 눈에 띄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이 공개한 미그-29 전투기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전체적으로 옅은 회색에 군데군데 짙은 회색 얼룩을 가미해 멀리서 봤을 때 구름처럼 보이도록 했다. 아랫부분도 옅은 하늘색으로 바꿨다.

 공군 관계자는 “공중에서 마주했을 때 시각으로 확인하기 어렵도록 ‘공대공 전투’에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은 북한이 ‘안 둘기’로 부르는 저공 침투용 AN-2기와 은색의 미그-23도 색깔을 교체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지난해 파주 등지에서 발견된 무인기가 하늘색에 얼룩을 넣어 지상에서 착각을 하도록 한 것처럼 기존 전투기의 색깔이 당초 목적과 달리 눈에 띌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색깔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군은 북한이 도색 작업을 하면서 스텔스 페인트를 사용한 게 아닌지 주목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북한이 스텔스 도료를 개발했다는 첩보가 있어서다. 북한은 자신들이 개발한 무기를 수출하기 위해 제작한 설명서에 스텔스 기능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동해상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한 유도탄 함정도 스텔스 기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록 스텔스 페인트를 칠한 것이라 해도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군 고위 관계자는 “스텔스기 도입 등 공군 전력 증강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경제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자 색깔을 바꿔 최대한 은폐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아니겠느냐”면서 “단순히 도료만 칠했다고 해서 스텔스 기능을 보유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스텔스는 레이더파의 반사면적(RCS)을 최소화하기 위한 디자인과 재질이 핵심”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때처럼 눈으로 보고 싸우는 게 아니라 수십 ㎞ 밖에서 레이더를 보고 쏘는 원거리 전투라서 색깔을 바꾼다고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군은 한반도 전역을 확인할 수 있는 레이더와 북한 전투기가 지상에서 10m만 이륙하더라도 감지할 수 있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피스아이)를 갖추고 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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