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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통과시킬거야, 기자들 당해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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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통렬히 반성"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0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위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앞두고 불거진 ‘언론 통제’ 논란의 녹취록에 대해 “죄송하다. 통렬하게 반성한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김경빈 기자]

‘언론 통제’ 의혹과 관련한 이완구 총리 후보자의 발언을 담은 녹취록이 인사청문회 첫날인 10일 추가로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일부 기자와 만나 한 대화 중 공개되지 않았던 부분을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공개한 것이다.

 이 후보자 국회 인사청문회 첫날인 이날 여야는 녹취록 공개를 놓고 대립했다. 청문회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다.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새누리당의 반대에 막히자 청문회장이 아닌 국회 기자실에서 이 후보자의 발언 녹취록을 공개했다.

 추가 공개된 내용 중 논란이 된 것은 여야가 2월 국회에서 처리키로 합의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과 관련된 발언이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김영란법 때문에 기자들이 초비상이거든, 안 되겠어 통과시켜야지 …내가 막고 있는 거 알고 있잖아 욕먹어 가면서 …여러분도 친척들 때문에 검경에 붙잡혀 가서 당해 봐. …지금까지 내가 공개적으로 막아 줬는데 이제 안 막아 줘”라고 말했다.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100만원 이상의 돈을 받거나 가족이 돈을 받아도 처벌받는 이 법의 적용 대상에 언론인들이 포함되는데 자신이 반대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언론에 대한 섭섭함을 토로한 것이다.

 청문특위 야당 간사인 유성엽 의원은 “삐뚤어진 이 후보자의 언론관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후보자는 속개된 청문회에서 “매일 편하게 만나는 젊은 기자분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제가 생각할 때 사실과 다른 기사가 나 좀 흥분했던 것 같다. 의도를 가지고 한 얘기는 아니다. 죄송하다. 통렬하게 반성한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오후 9시 문재인 대표 주재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녹취록 추가 공개에 따른 파장을 논의했다. 1시간20분 동안의 회의가 끝난 뒤 한 참석자는 “(인준에)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며 “하지만 내일(11일) 하루 더 청문회 일정이 남아 있는 데다 증인과 참고인 신문도 있으니 내일까지 지켜본 뒤 당의 입장을 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핵심 당직자는 “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부정적이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말했다.

 뜻하지 않은 변수에 새누리당 등 여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 후보자가 낙마할 경우 국정 운영에 치명상을 입게 되는 만큼 이 후보자의 발언을 ‘단순 말실수’라고 해명하며 야당 측에 인준안 처리를 협조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해외 일정 등을 자제하고 12일 본회의에 꼭 참석하라”는 문자를 전 소속 의원들에게 돌렸다. 국회법에는 야당이 반대해도 새누리당이 12일 임명 동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해 ‘과반수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글=서승욱·강태화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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