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고비마다 … 박 대통령‘시장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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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0일 오후 서울 중곡동 제일골목 시장을 찾아 떡을 구입하고 있다. [박종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설 명절을 앞둔 10일 서울 중곡동의 제일골목시장을 찾았다. 제일골목시장은 태블릿PC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제품 판매에 활용하고 있다. 제일골목시장 주변의 대형 마트 계열 수퍼마켓에선 채소·과일·수산물 등 신선식품을 판매하지 않아 전통시장과의 상생 협력도 시도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전국 전통시장 상인 회장단과 간담회를 했다. 박 대통령은 “여기를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시장에서의 편의성을 높이고, 개성 있고 특색 있는 시장으로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셨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며 “대기업이 협력하고, 상인연합에서 열심히 손님들을 위해 노력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3박자가 잘 맞아 좋은 결과를 이뤄 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해서든지 전통시장이 살아야 된다. 여기가 살아나야 서민경제가 살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관심을 많이 갖고 (시장을) 많이 찾아다니면서 (상인들과) 정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올해 확대된 지원예산을 설명하는 등 전통시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간담회 뒤에는 콜라비(순무양배추)·밴댕이·딸기 등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하고 “장사가 잘되시기를 바란다”고 상인들을 격려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2월 당선인 시절 이곳을 방문했다. 2년 만에 다시 찾은 박 대통령의 복장은 당시와 비슷했다. 2012년 대선 때 현장 유세복으로 통했던 검은색 외투와 빨간색 목도리 차림이었다. 박 대통령이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자 상인과 시민 500여 명이 “반갑습니다”고 외치고, 일부 시민이 경호라인을 뚫고 박 대통령과 악수를 청해 유세현장과 같은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시장을 찾은 건 대선 때처럼 ‘민생’에서 동력을 찾아내겠다는 뜻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야당이 문재인·안철수 후보 단일화 이벤트를 벌이며 지지율을 높여 갈 때도 박 대통령은 정치 이슈를 제기하기보다 전국의 시장을 돌며 밑바닥 민심을 끌어모으는 작업을 했다.

 취임 후에도 정치적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전통시장을 방문하곤 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정 운영 지지율 30% 선이 무너진 지난달 27일(리얼미터·29.7%)엔 광주 대인시장을 찾았다. 시장 방문의 효과만은 아니었겠지만 다음날(28일) 지지율은 31.5%로 소폭 반등하는 반짝 효과도 있었다.

 세월호 참사와 안대희·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로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졌을 때인 지난해 7월 1일에도 박 대통령은 청주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세월호 참사 후 첫 민생 현장 방문이었다.

글=허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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