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황당해 한숨도 못 자” … 야당 “선진국이면 30년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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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가정보원 댓글사건 항소심 판결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고법은 지난 9일 이미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난 원세훈(64) 전 국가정보원장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더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까지 유죄를 선고했다. 원 전 원장은 판결 직후 법정 구속됐다.

 원 전 원장은 10일 오전 서울구치소로 접견 온 이동명 변호사에게 “황당해서 밤새 한숨도 못 잤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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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고법의 판결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은 이틀째 침묵을 지켰다. 이 판결이 ‘항명 파동’을 일으켰던 ‘윤석열 수사팀’의 손을 들어준 것인 데다 야당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란 원론적 입장만 내놓은 채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던 윤석열(대구고검 검사) 전 특별수사팀장은 “기소한 대로 유죄가 나왔다”며 만족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보였다.

 국정원은 숨을 죽이는 모양새다. 국정원 관계자는 “(재판 대상인) 우리가 지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된다고 해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항소심처럼 유죄 판결이 나온다고 해도 정치적 공격의 대상은 될지언정 대통령의 당선과 관련해 법리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부분은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날도 파상공세를 이어 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우윤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2012년 대선 닷새 전에 박근혜 당시 후보자가 ‘민주당의 터무니없는 모략으로 밝혀진다면 문재인 후보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한 말씀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며 “누가 어떻게 책임져야 할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그는 “대한민국 권력기관의 현주소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며 “강도 높은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다”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천정배 전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에 출연해 “아마 이런 정도의 불법이면 선진국에서는 30년 징역이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도 의원총회에서 “국정원에서 국방부에 이르기까지 범정부적으로 선거 개입에 동원된 것을 볼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도 보고가 이뤄졌을 것이란 게 상식적 판단”이라며 “박 대통령은 선거 부정 혐의를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새누리당에선 검찰(원주지청장) 출신의 김진태 의원이 이날 트위터에 “‘항소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힌다’에 한 표를 건다”고 반박했다. 그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심리전단에서 무슨 댓글을 다는지 일일이 보고받았다는 것은 세상 물정을 모르는 판결”이라며 “재판장은 추측만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종북 세력이 당선되는 걸 막는 것은 국정원장이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서승욱·김백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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