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전교조, 대통령 비하 수업안 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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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공개한 전교조 부산지부 홈페이지내 동영상 일부.

#장면1.

▶노무현 대통령=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다 하는데, 우리가 뭐 압니까. 그냥 대세다 하면 무조건 따라가는 거지…(중략)…97년에 금융자본가 몇몇 놈들이 아시아에서 지들이 짱박아 놓은 돈을 한꺼번에 쫙 빼버리니까, 딸라(달러)가 한푼도 없는기라. 그래서 IMF가 돈 빌려준다 카면서 구조조정하라 카고, 이제는 아예 금융 자유화하라 카면서 메가지 잡고 딥따 흔들어 뿝디다. 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아찔하죠. 근데 사실 지금도 노동자나 농민 사는 거는 다를 거 하나 없지요.

#장면2.

'조지고 부시는 쇼, 가자! APEC 2005'(화면의 글씨)

▶부시 대통령=오우 여러분 퍼킹 반갑습니다. 요즘 같은 퍼킹 불안한 시기에 제 이 퍽 같은 얼굴 보니까 그래도 좀 살맛나죠. (야유 소리, 우우우~) 아 이거 또 왜 이러시나 이거. 그래도 빈 라덴하고 놀고 있는 거보단 좋잖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 본 미국 남부 지역을 돌아보고 있는 부시 대통령 그림 나오며) 이번에 여기 사람 많이 죽은 거 이거 말이야. 이거 다 테러 아냐 이거. 어느 놈이 여기다가 뻑 ×까고 물을 다 집어 처부은 거여. 걸리면 다 죽어 이 새끼들이.

#장면3.

▶회담 반대자=무역과 투자자유화가 노동자 민중에게 과연 어떠한 혜택을 주었는지 의문입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APEC 정상들=입장 없어.

▶반대자=또한 APEC은 기업들과 가진 자들만을 위한 도구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APEC 정상들=그 말이 맞아.

31일 열린 국회 대정부 질문에 나선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전교조 부산지부 홈페이지 자료실에 등록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바로 알기 수업안이다.

김 의원은 "전교조 부산지부가 APEC정상회담 반대 수업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하고 학습안을 배포했는데 그중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한 자료는 단 1쪽에 불과하며 부정적 측면을 강조한 자료는 무려 30쪽에 이른다"며 "이 같은 내용의 동영상이 어떻게 교육의 중립성을 지킨다고 볼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이어 "최근 3년간 전교조가 계기교육을 실시한 것은 모두 11번이었는데 그 중 이라크전과 관련한 반전평화 수업은 일방적인 파병반대 논리로 일관됐고, 사립학교법도 일방적으로 한쪽 정파의 견해만을 강조했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현장에서 계기교육이 어떻게 실시되는지 확인하지 못한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계기교육이 중립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장학지도에 힘쓰고 있다"고 답했다.

전교조 부산지부 강병용 정책실장은 "APEC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사회적 현상을 바라볼 때 한쪽만 바라보지 않는 비판적인 시각도 필요하다"며 "그래서 APEC 바로알기 측면에서 자료를 올려놓았다"고 말했다.

강 실장은 "수업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고 부산시 홍보자료와 APEC 반대 논리 자료를 나눠 준 뒤 각자의 주장을 요점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며 "이후 조를 짜 모의 APEC정상회의를 열어보는 식으로 11월부터 본격 실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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