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당한 설움 2세교육에|김인숙<경기고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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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는 l923년 평남 안주에서 9남매중 3남으로 태어났다. 경기중(5년제·현 경기고)을 졸업할 당시 수학에 대한 흥미가 대단했으며 성적 또한 좋은 편이었다. 중학을 졸업하고 초급대학 과정인 제2고교에 진학해 수학에 대해 어느정도 만족하자 일본 동북대의 공학부에 진학,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부모님은 9남매 모두에게 세심한 관심을 가져 교육열이 높았지만 자식들의 진로에 대해 강요하지는 않았었다.
나는 일제치하에서 우울한 학창시절을 보내며 우리나라가 국권을 잃고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이유중의 하나가 낙후된 과학수준 때문이라고 생각, 「비록 식민치하에서나마 우리보다 나은 과학기술을 익혀 나라 찾는 일에 일익을 담당하겠다」는 생각으로 기계공학을 전공, 이 방면에 공부를 계속하고 싶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자 급격한 사회변화가 일어나 이러한 꿈을 이루지 못하고 전공한 분야에서 일할 자리를 마련치못해 결국 2세 교육을 통해 「나의 꿈」을 실현시키고자 교단에 뛰어들었다.
지금가지 38년동안을 교단에서 보내며 대한민국의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일꾼들을 양성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있다. 오히려 공학방면에 큰 재능도 갖추고 있지 못하면서 그 길만을 고집하지 않았던게 다행이라는 생각이든다. 또 당시의 유행처럼 문과는 으례 법과, 이과면 의학방면을 택했던 풍조를 따르지 않았던 나의 고집에 대해서도 자랑을 느낀다.
교직생활을 하면서 교육에 대한 깊고 참된 의의를 체험하고 청소년들과의 생활에서 활기에 찬 생활과 새로운 사고방식에 접하면서 또 다른 인생을 경험하는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끝으로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부단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것을 당부하고 싶다.
모든 일은 주위 선배·어른들의 말씀을 참고로 하되 자신의 인생에 후회가 없도록 책임질수있는 생활을 영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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