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40년 전에 꿰뚫어 본 현대의 소비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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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 책은 1967년 프랑스에서 처음 나왔다. 국내엔 90년 번역됐고, 15년 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역자인 박정자(상명대 불어교육과) 교수는 "정보화가 빠르게 진척된 한국 사회에서 소비문화와 광고를 비판적으로 다시 분석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실로 우린 소비의 천국에서 살고 있다. 이를 부추기는 광고는 단순히 사람들의 욕구에 정보를 제공하는 중개자가 아니라 철학.미술.문학 등 과거 예술을 대체하는 공룡으로 성장했다. 요즘 젊은이들은 CF에서 영화적 줄거리를 즐기고(이효리의 휴대전화 CF를 보라), 신문의 전면 광고에서 회화를 감상하며, 기업 이미지 광고 카피에서 문학적 감동을 느낀다. 사람들은 재화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재화의 기호를 소비하는 모양새다. 명품을 사는 사람은 단순히 실크의 원단에 끌리기보단 명품이 주는 사회적 위세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 이는 물건뿐만이 아니라 사람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연예인에게 보통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도 인물의 실체보다 그 인물을 장식하는 이미지다.

저자 앙리 르페브르는 가상현실(시뮬라크르) 이론으로 유명한 장 보드리야르의 스승이다. 광고.자동차 등 사소한 일상에서 현대 사회를 관통하는 본질을 40년 전 예리하게 지적했다는 게 놀랍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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