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1)성인병|건강생활의 자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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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동서양의 차이는 여러가지가 있으나 건강생활습관에서는 특히 큰 차이를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심한 감기가 걸려있는 환자에게 『감기에는 특효약이 없으니 집에가서 푹 쉬십시오』하면 『쉴수가 있어야지요. 또 감기쯤으로 결근해서야 되겠읍니까』라는 대답을 듣기 일수다.
이같은 대답은 맡은 일을 충실히 해야겠다는 굳은 의지로 들리겠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무모하고 비합리적인 대답이다.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할때 처방전에 감기라는 진단명을 쓰고 며칠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소견서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몸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의사를 찾아 진료를 받고 병의 초기에 미리 잡아버리려 하기 때문이다. 그냥 놔두고 무리하면 후에 더 중해진다는 것을 그들은 잘알고 있는 것이다. 간단한 병이지만 만병의 시초인 감기의 경우도 그들은 어김없이 2∼3일쯤 결근하며 푹쉰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이같은 사례는 좀 거리감을 느끼겠지만 이들의 행동은 너무나 의학적이고 또 생활화 되어있다.
잠깐 유병결근의 통계를 적어보면 영국에서는 총 근로자의 5%가 매일 결근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병결근으로 인한 노동손실(유병급여)은 1970년에 약 8억달러가 지급되어 국민의료 예산을 초과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한 조사자료에 의하면 1개월에 전 근로자의 17%가 결근한 경험이 있고 이중 41%인 전 근로자의 약 7%가 유병결근이어서 영국의 근로자에 비해 결근을 더 자주하고 있는 셈이다.
감기는 바이러스라는 균에 의한 호흡기질환이다. 예를들어 1명의 감기환자가 30∼40명이 같이 사용하는 사무실에 있으면 심한 경우는 20명, 심하지 않은 경우는 7명이 그 감기 환자에 의해서 전염되어 환자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만일 이 1명의 감기환자가 미리 의사의 진찰을 받고 그 지시대로 『감기에는 명약이 없으니 푹쉬십시오』라는 최상의 치료법을 귀담아듣고 집에서 하루 이틀 푹쉬었더라면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는 동료가 감기환자가 되는것을 방지할수 있었을 것이다. 뿐만아니라 직장의 보이지 않는 질병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도 최대한으로 줄일수 있었을것이다.
또 하나의 예로서 소위 목구멍이 아픈 인후염인 경우 특히 문제가 되는것은 용혈성 연쇄상구균이라는 세균에 의한 인후염이다. 왜냐하면 이 병이 소위 신장병·심장병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 인후염도 가족전파·친구전파가 되어 1명의 환자가 있으면 접촉한 사람의 약4분의1이 이병에 걸린다. 이렇게 계산할때 1명의 인후염환자가 확산·전파되어 실로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심장병·신장염에 걸릴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아플때는 조기에 쉬는것이 가장좋은 약이다. 개근보다는 정근이 더 의학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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