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색, 계’ 쓴 장아이링이 본 최승희 춤은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3면

근대 한중 교류의 기원
홍석표 지음,
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408쪽, 2만7000원

영화 ‘색, 계’의 원작자로도 유명한 중국 작가 장아이링(張愛玲, 1920~95)은 세계 무대에 이름을 떨친 무용가 최승희(1911~67)를 직접 만난 적 있다. 1945년 3월 최승희의 상하이 공연 직후 현지 문예지가 중국 여성 작가들을 불러 마련한 좌담회를 통해서다. 이 자리에서 장아이링은 채플린의 영화도 최승희의 춤에 못 미친다고 호평했다. 두 사람의 교집합은 이뿐만이 아니다. 최승희가 조선 춤을 현대화했다면, 서구적·현대적 작가로 알려진 장아이링도 『홍루몽』 등의 중국 고전을 창작 원천으로 삼았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중국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처럼 실증적인 추적을 통해 일제강점기 한·중교류의 흥미로운 단면을 포착해낸다. 이를 바탕으로 전통과 현대의 내면화에 대한 당시 양국 문인들의 고민과 사유, 한국에 대한 중국 작가들의 인식 등에 대한 연구성과를 들려준다. 장아이링과 최승희, 루쉰(魯迅1881~1936)과 이육사(1904~44), 『백화문학사』와 『조선한문학사』를 각각 쓴 후스(胡適, 1891~1962)와 김태준(1905~49)의 사례가 중심이다.

이후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