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국회] 인터넷 난자매매 이대로 두고 볼 것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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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이용이 일상생활화 되면서 현실공간에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던 일들이 사이버공간에서는 예사로 벌어지고 있다. 그것들이 긍정적인 경우라면 아무 걱정이 없겠지만, 부정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터넷세상에서의 윤리문제이다. 현실에서는 윤리에 어긋날뿐더러 법적으로 뚜렷한 범죄행위가 되는 것이라도 사이버공간에서는 허술한 법적·제도적 장치 때문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고 자행되고 있는 일들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자료에서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 두 곳에 개설된 7군데의 카페에서 난자의 공여를 의뢰한 것이 153건, 구입을 의뢰한 것이 26건 등 불법거래와 관련된 내용이 모두 179건이 올라와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고 있다.

박의원은 지난 9월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서울과 일본 도쿄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도너뱅크(DNA BANK)가 한국 여성난자를 일본인 불임부부에게 매매할 수 있도록 알선하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또 난자의 가격은 일본여성은 것은 2천500만원, 한국여성의 것은 1천900만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난자매매는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임신을 목적으로 한 난자 채취와 배아 생성을 허용하고 있으나 금전적인 이익을 위해 정자 또는 난자를 제공하거나 이용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난자의 판매가 인터넷을 통해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군다나 단순한 정찰제 판매가 아니라 경매라는 방법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e-메일로 구입 또는 판매 희망자를 접수하고 있어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크다고 하겠다.

지난해 11월 개설된 N포털사이트의 '난자 공여 모임' 카페의 경우 24일 현재 멤버수 326에 '난자를 공여한다'는 내용의 글이 220여건 실려 있다. 직접적인 표현을 삼가고 있지만 돈을 목표로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난자 제공에 감사한다'는 댓글이 많은 것으로 보아 그동안 거래가 상당수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정도라면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살 수 있다'는 옛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한 난자매매는 외국에서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1999년 10월 미국의 패션전문 사진작가 론 해리스는 팔등신 미녀모델들의 난자를 경매에 부치는 웹사이트를 개설했다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난자의 상품화를 통해 인륜도덕을 깨고 있다'는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호기심까지 말릴 수는 없었던지 난자경매 첫날의 조회건수가 무려 500만 건에 가까웠으며, 이 가운데 4∼5명이 경매에 참가하기도 했다. 해리스는 비난여론에 대해 '다윈의 우생학법칙이 적용될 뿐이며, 남자모델의 정자도 곧 인터넷을 통해 경매에 내놓을 것'이라고 한술 더 뜨기까지 했었다.

지난해 2월에는 영국의 정자판매 전문 웹사이트의 자회사인 '우먼낫 인클루디트 닷컴'이 인터넷을 통해 난자를 팔기 시작하자 의료계와 시민단체들이 사이트의 폐쇄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난자나 정자의 판매는 자신의 몸을 상품화하는 일은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해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사이버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 8월에는 미국의 한 남성이 자신의 죽은 뒤에 유체를 광고로 이용하라며 인터넷 경매사이트에 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자신의 콩팥을 팔겠다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일들은 그래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큰 비난을 사지는 않는다.

그러나 '처녀성'을 파는 일은 경우가 다르다고 하겠다. 지난해 1월 영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한 레즈비언 여대생이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자신의 처녀성을 팔겠다면 경매사이트인 e베이에 내놓았다. 그러자 400여명이 응찰했고, 결국 1만 파운드(약 1천7백만원)에 낙찰되었다.

그녀는 낙찰에 성공한 44세의 남자의 요구에 따라 자신의 몸을 허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일은 영국 언론들이 앞을 다투어 보도했고, 그녀의 아버지는 '내 딸이 영혼을 팔고 있다'고 개탄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지난해 5월 A경매사이트에 'S대에 다니는 24세의 미혼여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처녀성'을 매물로 내놓았었다. 경매 시작가는 100만원, 즉시구매가는 1천만원이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이 온갖 표현을 써가면서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그러자 A사는 입찰자가 한 명도 없는 가운데 '조기마감'시켜버렸다. 주인공은 인천에 사는 33세의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녀가 정말로 그랬는지, 장난으로 그랬는지는 몰라도 윤리문제와 관련해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었다고 하겠다.

지난 6월에는 진짜로 '영혼을 팔겠다'는 사람이 나타나 충격을 주었다. 33살 되는 칠레의 한 여성이 경매사이트에 자신의 영혼을 매물로 내놓은 것이다. 그녀가 요구한 액수는 250만 페소(약 4천300달러)였다. 그러자 산티아고의 한 주교는 '신이 창조하신 영혼을 인간이 팔 수 없다'면서 '영혼을 팔겠다는 사람은 정신과 상담을 받아라'고 나무라기도 했다.

인터넷은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인류가 20세기에 만든 것들 가운데 인류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위대한 작품'이다. 인터넷을 이처럼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이 단순히 우리의 생활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행복을 안겨다 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예를 든 것처럼 사이버공간이 비윤리적인 행위로 얼룩진다면, 우리들의 기대는 한갓 실없는 꿈으로 끝날지 모른다. 인터넷세상을 윤리의 사각지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인터넷세상에서의 윤리를 바로 세우는 데 힘을 써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들이 기대하는 장밋빛 미래가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디지털국회 이재일]

(이 글은 인터넷 중앙일보에 게시된 회원의 글을 소개하는 것으로 중앙일보의 논조와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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